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자, 차기를 노리는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조기 대선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에서 세를 과시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출간으로 건재함을 입증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제외하곤 대권 행보로 해석될만한 대외 행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회로, 책으로…세 과시 나선 잠룡들
22일 여권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19~21일 사흘 연속 국회를 찾았습니다. 이 중 두 차례는 국회 출입 기자들과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하는 등 언론과 접촉면을 늘렸습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게 화제가 됐는데요. 지도부를 포함한 여당 의원 58명이 몰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나 의원도 당시 인파에 "역시 1등이신 분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고 거들었습니다.
오 시장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고 세 과시에 나섰습니다.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48명의 현직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축사에서 "오 시장이 얼마나 핫(hot)한 분인지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사람이 정말 많은데 오 시장 때문인 것 같다. 오 시장과 같은 마음으로 통하는 동지"라고 오 시장의 존재감을 부각했습니다. 다만 오 시장은 "헌재 결론이 난 다음 조기 대선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여권에서 유일하게 정치 팬덤이 있는 한 전 대표는 책 출간으로 건재함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 전 대표가 집필한 책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 19일 교보문고, 예스24 등,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1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는데요.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열띤 '구매 인증' 릴레이를 벌이며 단체 구매에 나선 게 영향이 컸습니다.
홍준표의 셈법은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하게 조기 대선 채비에 나선 모습이지만,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안 가냐"던 홍 시장은 오히려 잠잠한 분위기입니다. 페이스북에 정치 현안과 관련된 글을 써 올리거나,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것 외에는 딱히 드러나는 대외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각 지역의 의원들을 포섭해 세를 불리는 게 중요한데, 홍 시장은 어떤 셈법인 걸까요?
홍 시장과 만나 그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홍 시장은 최근 김 장관과 오 시장이 국회를 찾자 수십명의 의원들이 모인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척지지 않으려고 가는 것뿐"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홍 시장은 앞으로도 국회에서 행사를 열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홍 시장은 "진짜는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면서 의원들과 작은 규모로 접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홀로 정치'를 해왔다는 홍 시장은 이번 대선이 열리면 적극적인 연대에 나설 심산을 엿보였습니다. 올해 70세로 마지막 선거가 되지 않겠냐고 껄껄 웃어 보인 홍 시장은 "마지막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협과 함께하는 선거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홍 시장은 이미 30여명의 의원이 자기편에 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선 때까지 60여명까지 그 규모를 늘린다는 게 홍 시장의 목표입니다.
대권주자들이 숨 가쁘게 각자 세몰이에 나서고 있어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 노선을 정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노골적으로 특정 인물에 줄을 서는 것처럼 보이는 의원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대다수는 탄핵안이 인용될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태균 리스크 때문에 의원들도 누가 유력할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