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최근 대법원은 골프장 코스의 디자인(홀의 배치, 벙커와 해저드의 위치, 조경 등)을 구성요소로 하는 골프장 코스 설계에 대해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229671 판결).
대법원은 골프코스가 강력한 지형적·기능적 제약을 받더라도, 설계자가 여러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해 창조적 개성을 발휘했다면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례는 골프장의 시각적·공간적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저작물의 창작성 및 기능적 저작물의 법리를 지나치게 확장 적용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선택·배열·구성의 창작성' 기준을 실질적 제약 조건보다 과도하게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설계자가 기술적 제약 속에서도 독자적인 선택과 조합을 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골프장 설계는 토지의 지형, 고저차, 배수 상태, 안전거리 확보, 국제 경기 규격 등 강력한 기술적·기능적 제약을 본질적으로 받는다.
즉, 설계자의 완전한 자유에 따른 선택·배열이라기보다는 자연적 지형과 규칙이라는 한계 내에서 도출된 결과물에 가깝다. 더욱이 특정 위치에 벙커나 해저드를 두는 것은 이용객의 난이도 조절이나 공략 전략, 즉 '게임의 규칙'이라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한다.
또, '창작성' 기준의 지나친 완화에 따른 추상화의 오류도 지적된다. 대법원은 개별 구성요소가 일반적인 요소라 하더라도,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룬 '전체적인 형상'에 창작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모든 편집물이나 공간 배치물은 모아놓으면 전체로서의 고유한 인상을 갖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논리를 극단화하면 기성 제품이나 흔한 조경 요소를 조합한 모든 상업적 공간(정원,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타 법률과의 기능적 중복 및 과잉 보호 문제도 심각하다. 골프장 코스의 무단 복제 행위는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을 통해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보호 시기나 상황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따져 불법성을 유연하게 판단하지만, 저작권은 한 번 인정되면 저작자 사후 또는 법인 공표 후 70년이라는 강력하고 장기적인 독점권이 부여되는 바, 후발 설계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유사의 소송을 남발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마지막으로 실무적으로 침해 판단 기준이 극도로 모호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차피 18홀이라는 규격과 티그라운드-페어웨이-그린으로 이어지는 기본 구조는 모든 골프장이 동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 골프장이나 스크린골프 업체가 코스 설계를 활용했을 때, 판례가 제시하는 '전체적인 결합의 유사성'이라는 추상적인 기준만으로는 어느 정도까지 같아야 저작권 침해로 볼 것인지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최근 판례는 골프코스 설계에 투입된 노력과 성과물의 무단 도용을 막겠다는 결론적 타당성에 치중한 나머지,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개념을 기능적 영역에까지 무리하게 확장 적용한 측면이 있다. 영리적 무단 도용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물 도용 조항으로 엄격히 규율하되, 저작권법상의 창작성 인정은 지형적·기능적 제약과 저작권의 장기 독점적 특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접근하는 것이 지식재산권법의 균형 발전에 부합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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