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번 말 바꾸고도 또 '늑대가 나타났다'는 모건스탠리

3 weeks ago 3

[이데일리 이혜라 기자] ‘또’다. 잊을만하면 한국 대표기업을 잔잔히, 불쾌하게 건드린다. 당당하게 오락가락 전망을 내놓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이야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The Iceberg Looms)’란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미칠 미국발 관세 조치를 빙산에 빗대 말했다. 관세발 불확실성 영향이 보이는 것보다 크단 의미를 담았다.

불편한 지점은 SK하이닉스(000660)를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두고 “기대보다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수 근거를 부연했지만, 궁극적으론 ‘세계 HBM 1위’ SK하이닉스를 또다시 저격한 셈이 됐다. 부정의견이 빠르게 번진 지난 28일 하이닉스 주가는 출렁였다.

모건스탠리가 하이닉스에 경고장을 날린 게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때마다 이들이 무책임한 입장 선회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2021년 8월, 메모리 업황에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후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9월에는 하이닉스 목표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떨어뜨렸다. 이때도 한 달 만에 자신들의 단기 전망이 틀렸다며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슬그머니 올렸다. 하이닉스가 깜짝실적을 내놓은 직후였다.

앞선 사례에서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이닉스는 HBM을 등에 업고 올 1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으로 보란 듯 펀치를 날렸다.

한두번 실수는 말 그대로 실수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세번 이상 반복되면 실수가 아닌 실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삼진아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다른 의도가 있나 싶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현명한 한국 개미들은 더 이상 ‘파란눈 투자자’를 맹신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번엔 지난 두차례와 같은 주가 폭락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