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기업사냥꾼’ ‘자본시장의 하이에나’ 혹은 ‘인수합병(M&A) 시장의 메기’.
모두 사모펀드(PEF)에 대한 극과극 수식어다. 국내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막 지난 시점에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이렇듯 극단적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늘 자본시장의 하이에나와 메기 사이를 오갔다.
최근 고려아연에 이어 홈플러스 사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말 그대로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사모펀드는 그렇다면 늘 ‘약탈꾼’일까.
사실 사모펀드가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 바는 상당하다.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고 가치를 높여 되파는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 임직원이 모두 윈윈한 사례도 많다.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가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창업주 홍원식 전 회장의 대리점 갑질, 요구르트 허위 홍보 등의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불매 운동까지 이어졌다. 한앤코는 2021년 남양유업을 인수한 뒤 체질 개선에 나섰고, 작년 3분기 드디어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사모펀드가 ‘오너 리스크’를 덜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4일 서울 한 홈플러스가 영업을 하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다시 한 번 추락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고 멀쩡한 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도입 필요성까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역시 MBK가 자초했다. 애초에 무리한 금액에 인수에 나서면서 인수금융(대출)을 끌어다썼고, 유통업에 대한 이해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업황 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 신청으로 기업 신뢰도 타격까지 불러왔다.
사모펀드가 그동안 기업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대한 사례가 많았고, MBK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 행보를 보였기에 역풍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물론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사모펀드가 투자에 있어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나선다면 자본시장에서 ‘하이에나’보다는 ‘메기’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