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제맛'…매각에 등 돌린 중소기업들

1 week ago 2

후계자 없는데도 상속 집착…M&A는 여전히 ‘마지막 수단’
매각 경험 적고 사례도 부족…불신과 무지가 기회 막아
“자문 받아봤더니 생각 바꿔어”…접근성 높여야 인식도 개선

  • 등록 2025-06-07 오전 8:30:00

    수정 2025-06-07 오전 8:3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국내 중소기업 문화가 사업승계의 대안으로 꼽히는 인수합병(M&A)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각은 여전히 마지막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챗GPT 생성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사업승계형 M&A 활성화를 위한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실질 경영자의 은퇴 희망 연령은 평균 73세로, 이 추산을 기준으로 전체의 51.7%가 10년 내 승계를 계획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72.9%는 외부 자문, 세무 컨설팅, 금융 지원 등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정작 매각을 선호한다고 밝힌 비율은 5.9%에 불과했다.

이는 사업승계 방식으로 매각을 선택하는 일본(20%)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후계자 부재가 사업승계형 M&A 확산의 계기가 된 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은 대부분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업 승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매각에 대한 낮은 선호도는 후계자 인식, 이익 예측 불확실성, 주변 사례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후계 공백’에 대한 위기의식 자체가 부족하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7%는 후계자가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92.5%가 자녀를 지목했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조차 매각보다는 전문경영인 도입(33.1%)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IBK경제연구소

또 승계 방식을 선택할 때 기업들은 ‘경영 안정성’과 ‘기업가정신 계승’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경제적 이득은 그 다음으로 중요시했다. 하지만 이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매각은 선택지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특히 M&A 자문 경험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인식 차이는 뚜렷했다. 자문 경험이 없는 기업의 매각 선호도는 7.2%에 그쳤지만, 자문 경험이 있는 기업은 33.3%로 4배 이상 높았다.

주변에서 매각 사례를 접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매각 검토 경험이 있는 기업은 8.4%에 불과했고, 사례 노출 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매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매각을 ‘도약의 계기’가 아닌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M&A 중개 서비스에 대한 불신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8.8%, ‘가치평가 방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9.9%에 불과했다. 매각의 핵심인 기업 가치 산정과 협상 중재 과정에 대한 신뢰 부족은 거래 성사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IBK경제연구소는 사업승계형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망 중소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자문 경험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문 경험이 인식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후계자 부재 문제를 공론화해 중소기업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널리 공유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M&A 중개시장의 신뢰도와 투명성 강화하고, 인수 이후 경영 안정성을 도와주는 사후 통합서비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