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효율적 사업자를 징계하는 이상한 규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4/18/news-p.v1.20250418.2164cafb0ae2469495b31a9632a8ff5f_P3.jpg)
정부가 '지역냉난방 열요금 산정기준 및 상한 지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마련해 행정예고를 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와 동일한 요금(100%)을 택하거나 총괄 원가가 한난보다 높은 경우 한난 요금의 최대 110%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사업자의 원가를 파악해 한난보다 낮은 사업자는 요금을 인하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열요금 상한 구간(98%)을 신설하고 이를 97%(2026년) → 95%(2027년)로 인하하겠다는 게 행정예고의 골자다. 쉽게 말해 사업자는 원가를 제출해야 하고 한난 보다 원가가 낮은 사업자는 정부가 정한 요금만 받으라는 것이다.
현행 열요금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이런 식의 규제는 사실상 지금까지 존재했던 사업자의 효율성 향상 인센티브까지도 없애버리는 것이기에 문제가 적지 않다.
자연독점 규제 관점에선 오히려 일보 후퇴라고 볼 수 있다. 자연독점 규제는 네트워크식 인프라를 구축한 사업자가 갖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전국적 또는 지역적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입규제를 시행하되 독점사업자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가격 규제를 시행하고 사업자에게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전력, 도시가스, 지역난방, 상하수도, 철도, 통신 등과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는 보통 이런 방식의 자연독점 규제를 적용받는다.
진입규제와 공급의무 부과는 규제당국이 비교적 쉽게 집행할 수 있지만 가격 규제는 여러 측면을 살펴야 하는 고도의 규제다. 지금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 방식이 총괄원가 규제방식으로 사업자가 쓴 비용을 보전할 정도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을 허용하되 초과이윤은 금지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산업에서 고정비용과 인프라 건설이 수반되기 때문에 자본투자비에 대해서 투자보수율만큼의 수익을 허용하는 것이 총괄원가 규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총괄원가 규제는 사업자가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연료를 구매하며, 설비를 운영할만한 아무런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원가는 모두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업자는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독점인데 경쟁자를 의식해서 경영개선이나 비용절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인센티브 규제이며 그 한 형태가 가격상한제다. 가격상한을 따르기만 하면 사업자가 노력해서 남는 이윤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업자는 독과점사업자로서의 이윤을 누릴 수는 없지만 효율적으로 연료를 도입하거나 설비를 개선하거나 비용을 절감할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난방을 겸업하는 여러 발전사업자가 LNG를 직도입한다거나, 설비를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를 도입한 이유도 발전사업자의 LNG 직도입이 확대돼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데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전력시장을 통한 전력거래와 열요금의 인센티브 규제방식이 이러한 사업자의 효율적 행보를 잉태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인센티브 범위를 줄이고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를 급격히 낮출 계획이다. 열요금 상한 구간은 98% → 97% → 95%로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이는 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동기를 사라지게 한다.
열시장은 한난이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이 기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한 도시가스라는 간접경쟁 방식이 존재한다. 폭리를 취하려야 취할 수 없는 구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계속 잘 키워서 두고두고 황금알을 낳도록 유도해야 한다. 뱃속의 황금알을 몇 개 더 얻자고 당장 거위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원가 규제로 돌아가는 것은 지금까지 LNG 직도입과 설비개선 등으로 우리 전력산업과 열 산업을 선도해온 효율적 사업자들을 거꾸로 징계하는 셈이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sbcho@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