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태펀드, 혁신을 위한 마중물

2 days ago 7

[기고] 모태펀드, 혁신을 위한 마중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는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다. 이들 기업은 S&P500 시가총액의 30%를 웃도는 경이적인 성과를 내며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린다. 이들이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한 배경에는 창업자의 역량과 풍부한 자본시장 환경이 큰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인내 자본’ 공급 또한 중요한 기반이 됐다. 애플과 테슬라는 창업 초기 SBIC펀드를 통해 모험자본을 조달했고, 엔비디아는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또한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성장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영국기업은행, 비파이프랑스, 일본정책금융공고 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모험자본을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추격형 경제성장 모델만으로는 고부가가치 경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인식 아래,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와해된 벤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모태펀드는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모태펀드 설립 이후 국내 모험자본 시장은 2008년 1조754억원에서 2024년 10조5550억원으로 9.8배 성장했으며 매년 8000건이 넘는 신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냉엄한 대내외 경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선도하는 벤처·스타트업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모태펀드 존속기간을 조기 연장함으로써 모험자본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모태펀드는 민간 모험자본 시장이 성숙하면 정부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존속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고 출범했다. 하지만 딥테크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는 투자 회수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공공 부문의 모험자본 공급이 강조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모태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투자 시장 간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역량 있는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 부문 간 민첩한 정보 교류를 바탕으로 적시에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태펀드와 자본시장의 연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재정 여건상 현재의 모태펀드만으로 스타트업 전 주기에 걸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태펀드가 초기 성장 단계 스타트업의 혁신 씨앗을 틔우면서 충분한 마중물을 공급하고, 후기 자본시장에서도 더 도전적으로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나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연계해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