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글로벌 투자은행(IB) 13개사에 총 83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공매도 거래가 재개되는 만큼 불법 공매도 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제5차 정례회의를 열고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글로벌 IB 1개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1년 4개월간 진행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와 제재가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공매도 규제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총 13개사의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증선위에선 이들에 대해 총 836억 5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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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
증선위는 글로벌 IB 공매도 규제 위반 주요 원인이 △독립거래단위 운영 미흡 △주식 차입계약 등에 대한 자의적 해석·적용과 이에 따른 시스템 운영 등 부적절한 업무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IB는 내부 거래단위의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법령상의 독립거래단위를 자의적으로 구별·운영하면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조사됐고, 일부 IB는 주식 차입 가능성만 확인된 상태에서 이를 매도 가능 잔고로 인식해 매도 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일부 IB는 외부에 대여한 주식의 매도 주문을 제출하면서도 담보적 효력을 위해 외부에 제공한 주식이라는 이유 등으로 상환 요청을 적시에 하지 않아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유잔고 관리 미흡과 관련한 위반 사항도 있었다.
증선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매도 전산화 의무가 부과되는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의 공매도 등록번호 신청 시 독립거래단위 요건 충족 여부를 점검받게 된다”며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차입 공매도’도 매도 주문 제출 이전 대여자로부터 실제 종목·수량 등 계약 필수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공매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재차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차 거래 방식으로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을 시에도 ‘대여주식’과 실질이 동일한 만큼, 관련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시에 리콜해 ‘반환이 확정된 대여주식의 매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공매도 규제 위반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는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Naked Short-Selling Detecting System)을 통해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의 모든 매매 내역과 잔고 정보를 대조하는 등 빈틈없는 감시체계가 작동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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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전산시스템 구축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을 시행하고 다수의 글로벌 IB가 전산화에 참여해 공매도 거래에 대한 상시 감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증선위 관계자는 “이를 통해 실효성 있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가 가능할 것이며, 앞으로 공매도 규제 위반이 재발할 우려 또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매도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 다수 글로벌 IB 등 외국인의 우리 시장에 대한 투자 접근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