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일본 시부야의 한 편의점 앞. ‘구인 중’이라는 문구 대신 붙여놓은 QR코드에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갖다댄다. 클릭 몇 번이면 3시간 매장 근무에 지원할 수 있고, 퇴근 즉시 정산도 완료된다. 이른바 ‘스폿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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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KB경영연구소) |
KB경영연구소는 KB 지식 비타민 보고서에서 일본의 스폿워크를 조명했다. 스폿워크는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하루 3~4시간, 주 1~2회 부업으로 일회성 근무하는 형태를 말한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스폿워크 시장 규모는 2021년 496억엔에서 2023년 824억엔으로 급증했다. 일본 최대 스폿워크 플랫폼인 ‘타이미’는 지난해 12월,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 이는 2021년 12월에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5배 급증한 수치다.
KB경영연구소는 스폿워크 성장 배경으로 △디지털 플랫폼 확산 △유휴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정부 정책 △기업의 인건비 효율화 △근로자의 유연한 근로 선호 △직무 평가 시스템 고도화를 꼽았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에서도 스폿워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가 2024년 881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3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지난해 역대 최다인 182만명을 기록했다.
KB경영연구소는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통적인 고용 형태가 흔들리고, 일자리 불안이 커지면서 단기 계약 기반 일자리 수요가 급증하고 스폿워크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폿워크를 포함한 플랫폼 기반 긱이코노미(Gig Economy) 규모는 2024년 5567억 달러에서 2032년 1조 8470억 달러 규모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B경영연구소는 스폿워크 확산에 따라 근무 이력 중심의 개인신용평가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플랫폼 활동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기존 신용평가모델은 정규직의 소득 안정성과 고용기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초단기·비정형 근로자의 신용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탄력적인 소득에 맞춘 금융상품 제공으로 우량 고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은행의 경우 플랫폼을 통해 수요 기반 지급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별도의 전용 계좌를 만들어 정산 주기를 자유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금융사는 단기 인건비 외상 결제, 보수 자동 정산 서비스, 인건비 한도 지원 상품 개발 등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 완화와 고용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진영리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유연성과 실시간성이 강조되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금융권의 유연한 대응이 뒷받침된다면, 스폿워크가 근무 형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