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정기예금 금리가 3% 초반대까지 떨어지자, 지난 한 달간 5대 은행 정기예금이 2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매력이 줄고, 금리가 더 떨어지기 예금을 들려는 ‘막차 수요’까지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스1)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12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927조916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1조1285억원 줄었다.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 모두 정기예금 잔액이 줄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5월 약 16조8242억원, 6월 약 1조4462억원, 7월 약 18조1879억원, 8월 약 16조3256억원, 9월 약 4조8054억원, 10월 11조5420억원, 11월, 6조2068억원씩 7개월 연속 늘었는데 연말인 12월에 크게 감소한 것이다. 정기예금이 줄어들면서 5대 은행의 12월 말 총 수신 잔액도 2048조3343억원으로 전월(2050조4190억원)보다 약 2조847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만기 1년 정기예금 상품 35개의 최고 금리는 평균 3.164다. 5대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5~3.22%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는 채권 금리에 따라 떨어진다. 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11월 1일 3.229%에서 이달 2일 2.956%까지 낮아졌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만 먼저 내리면서 지난해 11월 5대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1년여 만에 모두 1%포인트대로 벌어졌다.
반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은 다시 늘었다. 10월(-9조9236억원)과 11월(-5조1607억원) 두 달 연속 줄어들었던 요구불예금은 작년 12월 631조2335억원으로 집계, 한 달 동안 23조5억원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비트코인이 조정을 받고 그동안 많이 오른 미국 증시도 최근 하락하자,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시증은행 관계자는 “연말에는 개인의 소비 증가 등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자들이 배당 수익을 노리기 위해 정기예금을 주식, 채권 등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