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견된 실패, 금융 중심지 이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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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국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이 좌초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정치적 이벤트에 시달려온 정책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국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금융산업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지역에 무리하게 금융중심지를 조성하려는 시도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현재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서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으나 정체된 경쟁력, 외국계 금융회사의 유입 정체와 국내 철수, 금융산업 생산의 서울 집중 심화 등을 그 한계로 꼽았다. 보고서는 “금융산업의 집적, 인적자원 확보, 지식·정보 공유라는 금융중심지의 특성상 세계 금융중심지의 규모와 영향력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반이 없는 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리한 지역 이전보다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균형발전론’을 앞세워 강하게 추진해 온 대표적인 금융 정책이다. 그러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조항을 바꾸지 않으면 부산 이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의결되며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산은 이전은 무산됐다. 산은법 개정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부산 지역 의원과 수도권 지역 의원 간의 입장이 맞붙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아닌 국내의 지역균형발전 논리만 강조한 금융중심지 정책은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오히려 지역 간 갈등만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감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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