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성 추정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근로자성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 측이 이를 반증해내는 경우에만 추정을 깨뜨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①기존 판단기준을 그대로 두고 입증책임만 전환하는 유형(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 '기준 유지형')과 ②반증요건을 ABC 3요건으로 명시하는 반증요건 명시형(정청래 의원 대표발의안 등 '중첩적 반증형')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근로자성 추정제가 입법되면 법원의 심리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및 근로자성 관련 소송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어떤 점을 고려하고 유념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입증책임 전환과 심리구조 변화
현재 대법원은 근로자성 판단에서 "실질에 있어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를 다수의 표지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②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는지, ③ 사용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구속하는지, ④ 노무제공자가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⑤ 이윤 창출·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⑥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인지, 기본급·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전속성, ⑧ 사회보장법상 근로자로서의 지위 인정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 판단구조에서 입증책임은 자신이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원고(노무제공자)가 부담한다.
이러한 판단 구조에서 법원의 역할은 모든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관식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각 지표에 어떤 가중치를 부여할지, 어느 요소에 결정적 비중을 둘지는 사건별 특수성에 따라 어느 정도 법관의 재량에 맡겨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성 추정이 입법되면 구체적인 유형에 따라서는 이러한 법관의 재량은 크게 축소될 수 있다.
먼저 '기준 유지형'으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별도의 반증요건을 규정하지 않고 근로자성이 추정되기만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기존 대법원 판결의 종합판단 법리가 계속해서 반증의 기준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바뀌는 것은 법원의 '판단 방법'이 아니라 '심증 형성의 방향'이 되는 것이다. 즉, 법원은 "원고의 주장·입증이 사용종속관계 인정에 충분한가"가 아니라 "사용자가 제출한 반증자료가 종속성 부존재를 인정하기에 충분한가"를 묻게 된다. 같은 8개 지표가 같은 방식으로 평가되지만, 기존과 비교할 때 어떤 요소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때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중첩적 반증형'은 다음 3가지 반증요건을 사용자가 중첩적으로 입증하여야만 추정이 깨진다고 규정한다(collective negative test).
· A요건: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 B요건: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 C요건: 노무제공자가 사용자와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이런 구조 하에서 법원의 심리 방식은 과거와 비교하면 '요건별 OX판단'에 더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종합판단이라는 도구가 사라지면서 구체적 타당성을 반영할 법원의 재량이 축소되며, 이는 사건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판결을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 측의 소송 수행 시 고려사항
◇'기준 유지형'과 '중첩적 반증형'의 공통적인 고려사항
현행법상 변론구조에서 사용자 측의 기본 포지션은 '수세적 반박'을 하는 것이다. 원고가 제시하는 각 정황사실에 대하여 "예외적이다", "일회적이다", "품질관리상의 필요 최소한의 가이드에 불과하다"와 같은 방식으로 각 지표의 의미를 축소·재구성하여 방어하는 것이다. 또한, 법원의 판단은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므로, 사용자는 유형에 따라 일부 근로자성이 비교적 강하게 인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더 결정적인 지표에 관하여 좀 더 심도 있는 반박을 함으로써 종합적으로는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는 판단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 추정제가 입법되면 입법안의 유형을 불문하고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고는 "타인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았다"라는 기초사실을 제시하면 자신의 책임을 다한 것이고, 그 후로는 사용자가 훨씬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소송행위를 해야 한다. 근로자성 지표에 관한 근로자 측 주장이 엉성하게 이루어지거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추정을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적극적'인 반증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행법상 소송구조에서 사용자는 '자료 보유자'임에도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었고, 원고가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면 영업비밀·업무관련성 부재 등을 이유로 문서제출 범위를 축소하여 자료 현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근로자성 추정제 하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야만 반증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소수의 증거를 단편적으로 제출하는 것보다는 문제된 노무제공 유형의 특성을 큰 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시적 증거가 선제적·적극적으로 제출되어야 할 수 있다. 근로자 측이 구체적 사실에 대해 주장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가 사건에서 문제된 노무제공의 유형과 관련하여 '통계적 증거'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현재보다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 측이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해야 할 필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성을 반증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 중에는 근로자 측에 편재되어 있는 자료도 존재한다. 그런데 근로자 측은 입증 책임이 없으므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일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성 추정제 하에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할 수 있다.
◇중첩적 반증형으로 입법될 경우
만약 입법이 중첩적 반증형으로 이루어진다면, 먼저 변론 전략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기준 유지형으로 입법될 경우에는 근로자성 표지 중 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요소에 변론 역량을 집중하면서 변론 구성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첩적 반증형으로 입법될 경우 이러한 기존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 반증요건이 각각 독립된 필요조건이므로,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고, 오히려 가장 취약한 요건을 반증할 수 없다면 패소가 확정되어 버린다. 즉, 사용자로서는 첫 번째 허들을 넘기 위해 1차적으로 '가장 불리한 요소'를 어떻게 반증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중첩적 반증형에서의 B요건과 관련하여, 사용자 측은 '통상적인 사업 범위'의 해석을 가능한 한 좁게 구성하여 주장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사업자등록상의 업종이나 정관상의 사업목적이 아니라, 해당 사업체가 '실제로 일상적·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핵심 사업활동'만을 '통상적 사업 범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제된 노무제공자의 업무가 이러한 핵심 사업활동과는 구별되는 보조적·부수적·전문적 성격의 업무임을 적극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체의 조직도,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업무분장표 등 사업구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준비·제출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행법 하에서는 '독립사업자성'에 관한 표지는 주된 표지는 아니었기에 설령 이 부분이 약하더라도 사용자가 방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는 기준 유지형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첩적 반증형이 입법될 경우 C요건이 더 이상 부수적인 고려요소가 아니라 독립적인 반증요건으로 작동하므로, 노무제공자가 '독립 사업자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다른 요건이 충족되어도 패소할 수 있다. 물적 독립성이 부족하고 전속성이 강한 유형이 문제되는 사례에서는 특히 이 부분에 대한 반증이 중요해질 것이다.
◆진행 중인 소송은 어떻게…
개정안은 김주영 의원안을 제외하고는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한 명시적인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추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만약 개정법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 법을 적용한다'와 같은 경과규정을 둔다면 기존 법에 따른 증명법칙이 적용될 것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그와 같은 경과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개정법은 시행일부터 이미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클 것이다. 근로자성 추정의 법적 성격은 실체법적인 요건이 아니라 '증명법칙(절차법)'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능하다면 시행일 이전까지 일단 조속하게 변론종결 및 판결 선고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시행일 전까지 판결 선고가 어렵다면 기존 판례 법리에 따른 주장을 주위적 주장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는 '설령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반증을 위한 예비적인 주장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5 days ago
3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