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이 괴롭힘이라면 괴롭힘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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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이 괴롭힘이라면 괴롭힘인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촘촘한 과태료 조항을 등에 업고, 불만을 품은 근로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창구가 바로 근로감독관이다. 특히 2021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신설하여 사용자에게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사용자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근로자들이 진정사건을 제기하면, 감독관은 과태료 부과 여부 및 피해자나 신고인에 대한 불이익 처우의 경우 검찰 송치 여부까지 결정해야 한다.

과중한 진정사건, ‘감독관 괴롭힘’
사업장 내 경영상의 복잡한 이해관계, 개인적 심리 갈등, 나아가 노사관계까지 얽힌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감독관이 처리하는 한 건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업무 강도는 임금 체불 사건 다섯 건과 맞먹을 정도로 과중하다.

2024.8 현재 진정사건은 누적 4만3000여 건이다. 이 중 '취하'로 1만3009건이, '법위반 없음'으로 1만2805건이 종결되고, 검찰기소는 350여건이며, 600여건에 대해 과태료가 처분됐다. 아직 판례가 정립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인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모호한 괴롭힘 판단과,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판검사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중이다. 이렇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는 현실은 ‘근로감독관 괴롭힘’이라 할 만큼 무책임한 구조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누적 4362건으로 보고되는 '개선지도'는 법적 근거 없이 임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국가기관이 기업에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해당 기업은 ‘갑질 기업’, 행위자는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반면, 이에 대한 정식적인 불복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자의적 행정지도는 문제적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대법원은 노동부의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는 기업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24.12.17. 재결 2024-11600,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 판결 등 참조).

사업장 지원을 위한 개선지도로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행정에서 근로감독의 역할이 빠질 수는 없다. 최근 근태 문제로 동료를 징계한 관리자를 집단적으로 비방하고 사임을 강요한 근로자들이 오히려 관리자를 괴롭힘 행위자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은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지방법원, 고등법원을 거치며 수년간 지속되었다. 지방노동관서는 섣부른 개입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 조사위원회 구성을 개선지도하여 사용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력하였다.

조사위원회의 객관적 조사 결과, 오히려 진정인들이 괴롭힘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해당 진정사건은 종결되었다. 진정인은 이후 징계를 당하고 이에 대한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중노위의 재심 및 하급심, 고등법원에서도 최초 처분의 정당성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판단되었다(대전지방법원 2023구합200269, 대전고등법원 2024누11868). 행정기관의 적절한 개입이 증폭되는 갈등을 완화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율해결 위한 민간자원 확충할 때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사업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확히 하고 근로자에게 생명·건강·신체를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보호 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구체화하며 동법 제76조의2를 뒷받침하는 조항이다(대법원 2022.7.12. 선고 2022도4925 판결 참조). 행정기관의 개입은 사용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갈등 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과태료 부과와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감독행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잘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객관적인 조사와 전문적 중립 판단이 가능한 예방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자원 확보를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문강분 행복한일노무법인·연구소 대표 / 한국괴롭힘학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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