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보 싫다” 대선 현수막-벽보 훼손…‘정치 훌리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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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전 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 대구시당 제공) 2025.5.15/뉴스1

대구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전 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 대구시당 제공) 2025.5.15/뉴스1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의 얼굴 사진, 이름, 기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불만부터 현수막 자체에 대한 거부감, 무심코 술김에 혹은 장난으로 한 행동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 현행법으로 처벌되는 범죄다.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 이후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갈등 때문에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재명 김문수 현수막 훼손된 채 발견

15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오전 9시 10분경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거리에 부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 남성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전날 오후 8시경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앞 광장 횡단보도 주변에 게시된 이 후보의 현수막 1개가 훼손됐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경남 산청경찰서는 이 후보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남성은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등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6시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이 후보 선거 표지 교부 차량(선관위에 등록된 선거운동 차량)에 부착된 이 후보 선전 벽보 2장이 찢어진 채 발견됐다. 12일 강원 동해시에서도 이 후보의 현수막 1개가 훼손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는 김 후보의 선거 현수막 2장이 찢긴 채 발견됐다. 영천시 선관위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완산동 옛 국민은행 오거리와 북안면에서 선거 현수막이 각각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대선 후보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는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현수막·벽보 훼손한 혐의로 붙잡힌 이들은 850명이다. 2017년 제19대 때는 645명, 2012년 제18대 때는 141명이었다.

훼손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현수막(독자 제공) 2025.5.14/뉴스1

훼손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현수막(독자 제공) 2025.5.14/뉴스1
● 헌재 ‘현수막 훼손 법으로 처벌, 위헌 아냐’

후보의 선거 시설물을 훼손하면 처벌 받는다. 공직선거법 제240조에 따르면 설치된 현수막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 및 철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했다고 법으로 처벌하는게 맞는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거 벽보에 낙서했다고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벽보에 낙서하거나 찢었다고 징역 살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너무 많은 현수막에 ‘현수막 공해’를 성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2월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현수막 설치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청구인들은 “현수막은 과잉 홍보에 불과하다.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이를 보고 싶지 않거나 그 내용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현수막 게시 조항이 일반 유권자의 행동이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현수막 설치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현수막과 벽보 훼손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 역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벽보, 현수막 훼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한 처벌과 병행해 정치인과 정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벽보 훼손 등 정치적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더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정당에서도 지지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거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극단화된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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