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격을 받을 위험성이 가장 큰 국가로 지목한 해외 연구 보고서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다른 대미 흑자국에 비해 관세 제재 대상에서 후순위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일찌감치 사정권에 들어서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스위스에 기반을 둔 무역 전문 연구기관 글로벌트레이드얼럿(global trade alert·GTA)은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넉 달 전 나온 이 보고서는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인터뷰에서 인용해 주목받았다.
당초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관세 사정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가 세계 8위이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미국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최대 무역 적자국에 이어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목하자 이 보고서에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미국 대비 네 배에 달한다”며 공개 저격했다.
GTA는 세계 각국의 대미 통상 관계를 분석해 다섯 가지 위험성 판단 기준을 두고 이에 해당하면 ‘빨간 깃발’을 부여했다. 깃발이 많을수록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설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173개국 중 유일하게 빨간 깃발 다섯 개를 받았다. 우선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100억달러 이상인 국가(2022년 387억달러 흑자)에 들었다. 환율을 절하해 자국 제품 수출을 지원하는 국가로도 지목됐다. 미국 수출액 중 100억달러 이상이 한국 정부의 기업 우대 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점이 세 번째 빨간 깃발을 받은 이유였다.
네 번째 빨간 깃발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적용하는 최혜국대우(MFN)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5%포인트 높은 국가라는 점 때문에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MFN 평균 관세율은 2.2%로 한국(8.4%)보다 6.2%포인트 낮았다. 다만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이 0.7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TA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6페이지 이상 언급된 국가에 빨간 깃발을 줬는데, 한국은 여기에도 해당했다. GTA 보고서에서 빨간 깃발 네 개를 받은 곳은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4개국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