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박 비결은 미국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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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테슬라 처분 뒤 브로드컴·팔란티어·램리서치 담아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역대 최고 운용수익률(15%)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자 그 투자법을 따라 하려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때 마이너스 수익(2022년 -8.22%)을 내던 국민연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배경으로는 2023년 시작된 ‘해외주식 중심 기금 운용 방식 변화’가 꼽힌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4분기 미국 포트폴리오에서 브로드컴, 팔란티어, 램 리서치 비중을 늘렸다.  [각 사 제공]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4분기 미국 포트폴리오에서 브로드컴, 팔란티어, 램 리서치 비중을 늘렸다. [각 사 제공]
13F 보고서로 본 국민연금 픽(pick)
지난해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산(약 1200조 원)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을 전년 대비 2.7%p 늘린 33%로 설정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주식이 4.94% 손실을 낼 때 해외주식은 29.72% 수익을 올렸다. ‘해외주식 투자’가 수익률 개선 키(key)인 셈이다.

국민연금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북미다. 전체 해외주식의 절반 이상(66.7%)이 북미에 집중돼 있다. 산업 분야별로는 정보기술(IT)이 20%대로 가장 많고 금융, 헬스케어, 원자재·부동산이 뒤를 잇는다. 국민연금이 한 해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보유했는지는 이듬해 3분기 시간차를 두고 공개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곧바로 국민연금과 동일한 투자법을 구사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분기별로 공시하는 ‘Form13(13F 보고서)’을 통해 국민연금의 분기별 매매 및 포트폴리오 현황을 알 수 있다. 13F 보고서는 SEC가 뉴욕증시 내 운용자산 규모 1억 달러(약 1440억 원) 이상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매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을 의무화한 자료다.

‌지난해 4분기 국민연금 13F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빅테크를 대량 매도했다(표 참조).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를 각각 78만8560주, 119만6340주, 10만9196주씩 처분했다. 이들 종목은 앞선 2~3분기 국민연금 미국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 1~3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각 종목 평균 매수가를 기준으로 할 때 애플에서 1억3445만 달러(약 1940억 원), 엔비디아에서 1억3023만 달러(약 1875억 원), MS에서 2696만 달러(약 388억 원)를 번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국민연금은 메타(8만7907주·평균 매수가 대비 수익 3374만 달러·약 485억8900만 원), 알파벳(12만5806주·1433만 달러·약 206억3600만 원), 테슬라(1만4811주·417만 달러·약 60억 원) 주식도 상당량 매도했다. 그간 뉴욕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빅테크를 처분하며 대규모 차익을 올린 것이다.

그 빈자리는 인공지능(AI) 특화 기업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국민연금 미국 포트폴리오 상위권에 빅테크가 포진해 있으나 브로드컴(10위), 팔란티어(49위), 램리서치(95위) 주식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며 순위 변동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브로드컴과 팔란티어, 램리서치를 각각 32만400주(4분기 말 가격 주당 231.84달러·투입 금액 7428만 달러·약 1070억 원), 194만3411주(75.63달러·1억4698만 달러·약 2120억 원), 303만4748주(72.23달러·2억1920만 달러·약 3160억 원) 매수했다. 팔란티어는 앞선 3분기 보유 비중 198위에서 단숨에 149계단을 뛰어올랐고, 램리서치는 새롭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이들 주식을 2월 19일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미 수익도 발생했다. 브로드컴 주가(현지 시간 2월 18일 종가 기준)는 228.53달러로 국민연금 매수 시점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팔란티어는 124.62달러, 램리서치는 86.58달러로 한참 높다.해외주식 비중, 2028년 60% 된다
국민연금이 4분기 투자를 늘린 종목들은 AI 시장에서도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로드컴은 ‘주문형 반도체(ASIC) 분야 엔비디아’로 불리고, 팔란티어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AI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계 강자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다. 올해 AI 붐이 지속될 것이라 보고, AI 및 AI 반도체 분야 유망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35.9%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난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국내 주식 비중은 15.4%에서 14.9%로 낮춘다. 이로써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 내 해외주식과 국내 주식 비중 격차가 처음으로 20%p를 넘어서게 됐다. 국민연금은 2028년까지 해외주식 비중을 6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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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7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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