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8% “탄소 조기 감축”에…“산업계 외면한 불공정 설문” 반발

5 hours ago 1

기후특위, 국회에 낸 설문 논란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319명 조사… “공개 토론 후 조기감축 찬성 늘어”
일부에선 “편파적 설문 문항” 주장… 감축방식별 산업계 영향 설명 안 해
국회, 이달 중 개정 절차 착수 예정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날 공론화위는 국회에 “국민의 77.9%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조기 감축 경로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뉴스1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날 공론화위는 국회에 “국민의 77.9%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조기 감축 경로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뉴스1
국민 80% 가까이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때까지 조기에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국회에 전달됐다. 현재 부담이 있더라도 탄소 감축을 빨리 하는 것이 미래에 집중적으로 감축하는 것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더 이롭다는 시민대표단의 의견이 더 많은 것이다.

현재 국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제시한 ‘탄소중립기본법’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설문 결과가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설문 문항 자체가 답변을 조기 감축으로 유도해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어 공론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지적과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탄소중립법 개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 국민 77.9% “탄소 배출 조기 감축을”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았다. 기후특위는 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법에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량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꾸려졌다.

특위는 감축 경로를 수립하기 위해 올해 2월 공론화위를 출범시키고 전문가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의 논의 결과를 지난달 시민대표단에 전달했다. 10∼14세 40명을 포함해 총 319명으로 구성된 시민대표단은 이달 초까지 4차례의 공개 토론 전후로 기후변화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7.9%는 탄소를 조기에 줄여 배출량 곡선이 안쪽으로 파인 형태를 그리게 되는 ‘오목형 감축’을 선호했다. 20%는 2050년까지 일정한 속도로 줄여 가는 ‘선형 감축’을, 2.1%는 미래에 더 많이 줄이는 ‘볼록형 감축’을 선택했다. ‘오목형 감축’은 토론 전 1차 조사에서는 51.2%가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토론을 마친 뒤 26.7%포인트 늘었다.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39.1%가 ‘전 세계 평균 수준’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차 조사에선 24.5%였으나 2차 조사에선 35.8%로 늘었다. 특히 10∼40세는 12.5%에서 50%로 37.5%포인트 뛰었다.

●“부담-피해 강조… 산업 경쟁력 악화 설명 안 해”

정부의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르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를 줄여야 한다. 53%는 선형 감축, 61%는 조기 감축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치다. 공론화 과정에서 오목형 감축이나 선형 감축이 아닌 볼록형 감축으로 의견이 모인다고 해도 당장 2035년까지는 가파르게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론화위에서 받은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감축 경로를 묻는 문항에는 3가지 감축안과 관련해 각각 미래세대의 부담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오목형 감축에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작다”는 부가 설명이 있는 반면 볼록형 감축에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장 크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더 커지고 헌재 결정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기 감축에 나섰을 때 기업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 등 산업 경쟁력 악화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후특위 내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는 공론화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없고, 균형 잡힌 학습이나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론화 결과를 바로 입법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수준의 공론화만으로는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론화 과정서도 의견 첨예하게 갈려

기후특위는 앞서 공론화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지난달 공개 토론을 앞두고 의제숙의단 8명이 “볼록형 감축 경로를 시민대표단에 제공할 설문 선택지로 제공해선 안 된다”며 사퇴했다. 그만큼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개 토론에서는 오목형 감축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서로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의제 숙의 과정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시민에게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헌재 결정과 어긋나는 선택지는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며 “공개 토론을 앞두고 일부 전문가에게는 참여 제안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특위는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탄소중립법 개정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방침이다. 기후특위 위원장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공론 조사는 위원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숙의단 참여자들은 생업을 뒤로하고 관련 논의를 숙의한 만큼 그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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