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말부터 꾸준히 늘어온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NPL) 규모가 약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여신 부문이 전체 부실채권의 80%를 차지해 구조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부실채권(NPL)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NPL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4조5000억원(신용카드 부문 제외)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10조1000억원 대비 4조4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전체 2조600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13% 늘어난 가계여신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2024년 4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이 0.67%로 가장 높았으며 특수은행도 0.61%로 높은 편이었다.
일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세를 지속해 2024년 3분기 0.35%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0.23%) 이후 줄곧 상승세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신규 발생 규모도 2조3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커졌다.
삼정KPMG는 국내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23년부터 적극적인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총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은행보다 더 빠르게 건전성이 악화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18%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1.1%)보다 기타대출(2.73%)이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6.4%로 전년 동기(4.23%) 대비 2.17%포인트 상승했다. NPL 매각 시장은 연합자산관리, 대신F&I, 키움F&I, 우리금융F&I, 하나F&I 등 NPL 전문사를 중심으로 과점 구조가 형성됐다. 2019년 이후 전체 시장 내 NPL 전문사 비중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올해 NPL 시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속에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지표 및 수출 둔화,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있는 만큼 NPL 공급은 비은행권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