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을 하루 앞둔 15일 국가안보실 1·2·3차장(차관급)을 임명했다. 특히 외교·통일 문제를 다루는 2·3차장에 학자 출신이 아니라 직업 외교관을 배치했는데, 이는 보다 안정적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국가안보실 1차장에 김현종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중장), 2차장에 임웅순 주캐나다 대사, 3차장에 오현주 주교황청 대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산하의 1·2·3차장은 모두 직업 군인·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졌다.
김 차장은 육사 44기 출신으로 5군단장과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다. 야전 지휘 능력과 군 정책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비서실장은 “대한민국 안보 역량 강화는 물론 우리 군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외교·통일 분야를 담당하는 임 차장은 외무고시 22회로 입직한 외교부 내 ‘워싱턴 스쿨’로 분류되는 미국통이다. 주미대사관 정무공사와 주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 등을 지냈다. 경제안보 분야를 전담하는 오 차장은 외교부 개발협력국장과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유니세프 집행이사회 부의장 등을 지낸 다자외교 및 개발협력 전문가다. 외무고시 28회로 입직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1월 첫 여성 주교황청 대사로 부임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국가안보실 1·2·3차장에 모두 군인과 외교관을 임명한 데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핵심 라인에 학자 출신을 중용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와 동시에 통상”이라며 “외교통상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분들을 모셨다”고 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가운데는 장관급인 외교안보특보 인선만 남았다.
대통령실 수석 중에는 경청통합수석(옛 시민사회수석)과 오광수 전 수석 사퇴로 공석이 된 민정수석 등 두 자리가 남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확인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새 민정수석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은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6일까지 국민추천제를 통해 장관과 공공기관 기관장 등 주요 공직자 추천을 일반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추천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각 인선에 집중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부터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