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與 과기특위 위원장 인터뷰
두달 새 R&D 등 법안 50여 개 발의
AI 편중 아냐… 기초과학에도 투자
최근 국회에서 만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위 위원장인 황 의원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인공지능(AI)·과학기술·우주항공방위산업 소위원장으로서 새 정부 과학기술계 정책의 판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황 의원의 모습은 1년여 전과 완전히 다르다. ‘오매불망’ 우주만 바라보는 과학자였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전남과학고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물리학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황 의원은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를 제작하고 누리호 탑재 초소형 위성을 개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한국 우주개발을 이끌어 왔다.
황 의원의 인생은 지난 정부가 2023년에 ‘2024년도 R&D 예산’을 삭감하며 확 달라졌다. 황 의원은 “현장 연구자들은 연구 진행 중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바빠 정책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며 “하지만 R&D 예산이 갑작스럽게 삭감되며 여러 연구가 중단되고 연구자들이 과학계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정책에 의해 R&D가 흔들리는 일을 막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24년 1월 더불어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황 의원은 그해 4월 10일 총선에서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황 의원은 “제가 이곳(국회)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학자가 연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목표가 황 의원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지 두 달이 지나지 않은 5월 30일 첫 번째 법안으로 ‘국가R&D 시스템 재구축 3법’을 발의했다. 현재까지 대표 발의한 법안은 50여 개다.
물론 현실 정치에 부딪혀 어려움도 겪고 있다. 황 의원은 “내가 생각한 안이 옳다고 생각하고 소신을 지키고 싶더라도 법안 통과 등 현실적으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합의의 과정에 도달해야 하더라”며 “협치에 대해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최근 우주항공청(우주청)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신설하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우주청이 있는 경남 지역의 반대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정부 과학기술 예산이 지나치게 AI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수석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AI 전문가가 지명됐다. 황 의원은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AI 기술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한국이 투자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며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AI를 정부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지 기초과학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사라진 연구과제 수천 개를 복원하고 R&D 예산을 반드시 확대할 것”이라며 “수학, 물리, 통계 등 기초과학 위에 AI가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가 총예산의 5% 이상을 R&D에 투입하도록 하는 ‘과학기술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가 R&D 예산에 대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의결 기한을 현재 매년 6월 30일에서 8월 20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황 의원은 속도를 조절하며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해 연구자를 위한 방향으로 과학기술 거버넌스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며 “졸속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과기정통부를 이끄는 장관은 현장 연구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며 장기적인 성과를 고려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왕도가 아니다”라며 “험난한 시기에 이공계를 지키고 있는 경력 초기의 연구자들을 지켜야 하고 이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해외 인재가 유입되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