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휴가가 나에게는 힘든’ 사례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있었다. KDI는 국내 최고의 경제 석학이 모인 국책연구기관이다. 이곳의 청소와 쓰레기 수거 등을 담당하는 환경관리 근로자들은 새벽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일한다. 그런데 동료가 휴가를 가면 남은 사람이 출근을 2시간 앞당겨 새벽 4시부터 동료 구역까지 도맡아 청소해야 한다. 이들은 “연속으로 휴가를 쓰는 건 동료에게 부담이 돼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연구원이 이들에게 제대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용역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KDI 정식 직원이 됐지만 4년간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다. 2024년 말이 돼서야 수당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나마도 이틀 연속 새벽 4시 출근을 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KDI에는 이미 92명이 가입한 ‘KDI 일반 노조’가 있었지만 전체 인원이 20명인 환경관리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직과 보안관리직 등 여러 직종이 함께 가입돼 있었던 탓이다. 사측과 협상으로 얻어낸 한정된 자원을 근로자들끼리 나눠 가져야 하는 전형적인 ‘노노(勞勞) 갈등’이었던 셈이다.환경관리직 근로자들은 지난해 말 별도 노조를 만들고 올 1월 “KDI 노조와는 따로 임금협상을 하게 해달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여러 개라면 대표 노조로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하지만 충남지노위는 “기존 노조와 근로 조건과 고용 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재의 교섭 단위에서는 환경관리 공무직 근로자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관리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연구원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자 중노위는 다시 한번 분리 교섭을 인정했다. 이제 환경관리 노조는 기존 노조와 동등하게 연구원과의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됐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반이 지나면서 노동위원회에는 “우리는 다른 노조와 함께 협상하지 않겠다”는 분리 교섭 신청이 쏟아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KDI는 원청 노조 간의 일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다른 노조는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기 어렵다”는 주장은 비슷하다. 분리 교섭 신청의 상당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맞서는 경우다. 포스코이앤씨는 원청과 하청 노조를 합해 4개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노동위는 아직 어떤 이유로 각 하청 노조의 분리 교섭 요구를 받아들였는지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에 “사안별로 판단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설명만 내놨을 뿐이다. 노동위의 결정 하나하나에 산업계의 촉각이 곤두서는 지금, KDI의 경우처럼 분리 교섭 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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