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종엽]정상 코앞 ‘꿈꾸던 어른…’과 보르헤스의 불길한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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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문화부 차장 “거울에 비춘 나는 잘 지내는 척해요. 말은 점점 줄고 한숨만 길어져요….” 깜빡이도 안 켜고 가슴에 훅 들어온 가수의 정체가 인공지능(AI)일 줄은 몰랐다. 제목은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가끔은 무너지는 새벽 밤에도”… 호소력 있는 가성에서 무너질 뻔했다. “나는 너희 인간들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았다(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고 말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년) 속 안드로이드 로이 배티를 실제로 만난다면 이런 느낌일까. ‘꿈꾸던 어른이…’는 ‘머무르’라는 크리에이터가 음악 생성 AI ‘수노(Suno)’로 만들어 6월 내놓은 곡이다. ‘AI 제작곡’에 가질 법한 선입견과는 달리 듣기엔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40여 년 한국 발라드 역사를 요즘 식으로 농축한 듯한 진한 감성에, 큰 기교 없이 우직하게 마음에 돌직구를 던진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인기를 얻던 이 노래는 급기야 13일 멜론 ‘톱100’ 차트에서 3위에 올랐다. 위에 있는 건 ‘퇴사할게여’(소연)와 ‘LOVE ATTACK’(리센느)뿐.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000만 회를 넘었다. 바야흐로 ‘딸깍 출판’뿐만 아니라 ‘뚝딱 음원’도 가능한 시대. ‘꿈꾸던 어른이…’에 답하고 싶어 내친김에 수노에 가입했다. 노랫말 쓰는 데 5분 정도 걸렸고, ‘발라드,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입력하자 10여 초쯤 지나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들어본 적은 없는, 그럴듯한 곡 하나가 나왔다(제목 ‘아니, 아직 나는 그러지 못했어’). 이래도 되는 걸까. 노래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만들고 또 부르는 게 아니던가. ‘꿈꾸던 어른이…’에 대한 댓글은 크게 두 줄기다. 하나는 “출근하다 감동해서 울컥했다”는 부류. ‘꿈꾸던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여러 사연과 그에 대한 공감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감동시킨 게 AI라는 것에 대한 놀라움. “기계 따위가 내 마음을 움직이다니, 종말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라는 게 슬프다” 등이다. 만약 ‘꿈꾸던 어른이…’가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한다면,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누른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알파고 순간’으로 기록될 수도 있겠다. 아니, 굳이 ‘1위’ 같은 건 이미 필요하지 않을지도. 이쯤 되니, ‘바벨의 도서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1941년)처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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