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훈]돈 벌자 몰리는 지출 청구서… 배분 딜레마 놓인 韓기업

1 week ago 29

이동훈 산업1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최대 110조 원, 40조 원 규모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음에도 양사 주가는 하락하거나 정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부 상황도 다르지 않다. 1인당 평균 6억 원 이상의 성과급 지급이 예고됐음에도, 노사 교섭 때마다 산정 기준과 형평성을 둘러싼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 주주와 임직원을 달래기 위해 역대급 현금 보따리를 풀었지만 시장의 전폭적인 신뢰도, 조직의 완전한 화합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돈을 내놓을수록 더 큰 배당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갈증을 달래려 소금물을 들이켰다가 더 극심한 목마름에 시달리는 꼴이다.‘진짜 위기’는 회사 안팎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막대한 자금이 유출되는 시점이, 전례 없는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과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쥐기 위한 ‘쩐의 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 대규모 생산 라인 확보와 사상 초유의 R&D 자금이 필요한 순간이다.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제 조건이다. 올 6월 삼성전자는 2106조 원, SK그룹은 1100조 원 등 합산 3206조 원을 국내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기업들이 받는 투자 압박이 순수한 경영적 판단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미국 등은 자국 내 제조업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서 관세와 보조금 등을 앞세워 노골적인 대미 투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따져 최적의 입지에 공장을 짓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억지 투자를 떠안아야 하는 기형적인 ‘외풍’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쓸 수 있는 ‘현금’은 한정돼 있는데, 주주의 배당 요구와 내부 성과급 요구에 더해 국내외 정치적 압박이 섞인 투자 청구서까지 날아들고 있다. 합리적이고 정밀한 자원 배분을 방해하는 외부 변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의 고민은 극에 달했다. 과거의 뼈아픈 실패 사례들은 이 딜레마 상황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지 경고한다. 미국의 인텔은 단기 주가 방어와 배당 등 단기 주주환원에 막대한 현금을 쏟아붓다 차세대 공정 투자를 놓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반대로 일본의 엘피다는 반도체 침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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