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선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브랜드를 추천하게 만들어야 한다”
LG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 HSAD의 박애리 대표(사진)가 최근 고객사 임원과 마케팅 실무자들에게 전달한 서한의 핵심 메시지다. 브랜드 마케터라면 AI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표가 AI 추천을 강조하는 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인터넷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해 제품 정보를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AI가 추천하는 제품을 우선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때 AI가 추천하는 브랜드에 들지 못 하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마주할 기회조차 없다는 게 박 대표의 경고다. 그는 이를 “노출이 아닌, 호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했다.
기업들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지 방안도 내놨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주요 방식 중 하나가 기업 공식 홈페이지나 자주 묻는 질문(FAQ) 콘텐츠를 참조하는 것”이라며 “브랜드와 기업의 장점, 철학을 인공지능이 배우기 좋게 정리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스토리, 즉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고 했다. “누구나 글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사람만이 가진 진심과 감정은 따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진심이 브랜드의 색깔을 만들고, AI가 소비자에게 추천할 이유가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브랜드간 차별화가 어려워지는데, 이 때 진짜 경쟁력은 감동과 공감의 경험에 있다”고 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과 관련, 그는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 체험 공간, 이벤트, 브랜드 커뮤니티처럼 사람들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HSAD는 LG전자와 협업해 체험 공간 ‘그라운드220’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라운드220은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 방문할 만큼 LG전자 브랜드와 소비자 간 연결된 장소로 자리잡았다.
박 대표는 “HSAD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더 정교하게, 하지만 더 따뜻하게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지만, 감동은 따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진심을 담아 만든 브랜드 경험은 AI도 소비자도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