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에 실적 악화…항공·소매株 '먹구름'

5 hours ago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미국 기업들이 성장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의 지출에 민감한 항공과 소매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美 항공업계, 1분기 실적 전망 낮춰

관세전쟁에 실적 악화…항공·소매株 '먹구름'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가 11일(현지시간) 경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1분기 실적 전망을 낮췄다. 아메리칸항공은 1분기 조정 후 주당 순손실 예상치를 0.2~0.4달러에서 0.6~0.8달러로 확대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분기 단위 매출 증가율 예상치를 5~7%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분기 매출이 기존 예상 범위의 최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델타항공은 전날 1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0.7~1달러에서 0.3~0.5달러로 절반가량 낮췄다.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2021년 후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여행 지출은 일반적으로 소비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항공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항공기 사고까지 더해져 여행 수요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버트 아이솜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JP모간 산업 콘퍼런스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정부 출장 예약이 50% 감소했다”며 “국내 수요 둔화는 정부 부문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 매출에서 정부 출장 고객 비중은 약 2%, 정부 관련 출장 고객까지 포함하면 4~5%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 지출 감소 정책이 실적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자 불안 심리가 커지며 항공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8.3% 내렸고, 델타항공은 7.2%, 유나이티드항공은 2% 하락했다. 레저 산업 주식도 동반 하락했다. 테마파크 운영업체 월트디즈니는 5% 내렸고, 여행 예약 서비스 업체인 익스피디아와 부킹홀딩스는 각각 7.3%, 2.2% 하락했다.

◇ 유통업계 소비 둔화 ‘경고음’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소매업체도 잇달아 실적 전망을 낮춰 잡았다.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는 올해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6%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1.6% 감소)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스포츠용품 판매업체 딕스스포팅굿즈도 올해 예상 연간 EPS가 13.8~14.4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14.86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에드 스택 딕스스포팅굿즈 이사회 의장은 “관세가 어떻게 될지, 관세가 부과되고 가격이 예상대로 오르면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콜스 주가는 25% 가까이 폭락했고, 딕스스포팅굿즈는 5.71%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를 우려하는 소매업체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소비심리 가늠자’인 월마트가 지난달 21일 실망스러운 올해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제시한 데 이어 타깃과 베스트바이는 관세 부담으로 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