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드라이브’ 배경 뜯어보니
아이어코카 “자유무역은 허상”… 일본차 약진에 “침공” 규제 강조
1980년대 트럼프 인식에 큰 영향… “부유한 동맹에 세금을” 광고도 내
1987년 41세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스턴글로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바가지 씌우고 있다(rip off)”고 주장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 전부터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트럼프는 지난 40년 가까이 언제 어디서든 말할 기회만 생기면 관세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 통상규제 강조한 ‘자동차 영웅’에게 영향받아
특히 아이어코카는 198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유무역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없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일본산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22세 연상인 아이어코카와 가깝게 지내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NYT와 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어코카와 교류하면서 사업 스타일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시각도 아이어코카와 비슷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의 일종으로 보는 인식도 아이어코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이다. 아이어코카는 원조 ‘스타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제트기를 타고 다녔고, 연예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크라이슬러를 경영하면서는 TV 광고에도 직접 등장했다.다만 아이어코카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커져 198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으나 “대통령이 돼 관습에 얽매여 살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도전에선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 사업 성공 비결로 “세금 적게 내는 것”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규정과 정책에 해박하고 이를 이용해 본인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둬 관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뉴욕에 15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을 지으며 시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면세 혜택을 얻어내 총 8억8500만 달러(약 1조2730억 원) 넘게 이득을 보기도 했다.
관세는 그가 정치인이 된 뒤 이른바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 줄 경제학자를 물색하다가 “관세가 국내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나바로를 대선 캠프 경제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있다. 스트레인 국장은 “관세는 직관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 강력한 구호”라고 말했다. 제니퍼 밀러 다트머스대 교수도 “관세는 트럼프가 ‘터프한 거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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