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 사러 왔어요" 결국 밀렸다…삼성·LG '초비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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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나란히 전시된 TCL
"입소문 의존? 올해부턴 적극 홍보"
"하이센스, 올해 안에 지사 설립" 전망
중국, TV 출하량 점유율 한국 첫 추월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가전양판업체에서 TCL 85인치 TV가 삼성전자·LG전자 TV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가전양판업체에서 TCL 85인치 TV가 삼성전자·LG전자 TV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6개월 전만 해도 TCL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삼성전자, LG전자와 나란히 전시하고 있어요."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가전양판업체의 직원 A씨는 중국 TCL이 입점한 시기를 묻자 이 같이 답했다. 매장 안쪽 TV 코너에는 삼성·LG전자와 함께 TCL의 98·85형 TV 제품이 나란히 전시됐다. 국내 브랜드와 함께 프리미엄 TV 코너에서 맞붙은 모습이었다.

이 매장에서 가장 큰 TV도 TCL의 115형 제품이었다. A씨는 "TCL 115인치 제품이 딱 하나 남아있다.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단골 고객인 60대 남성 B씨는 자취하는 자녀에게 TV를 선물하려고 TCL 홈페이지에 사전 알림을 신청했지만 입고와 동시에 품절돼 직접 매장을 방문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TCL TV를 살 수 없어 매장으로 왔다"고 말했다.

'가성비 TCL' 2배 저렴한 TV로 거실 침투 '속도'

TCL의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실제로 이 매장 TV 코너에서 TCL의 98형 제품 가격은 399만원으로 같은 등급의 국내 제조사 제품의 반값에 불과했다. 국내 제조사의 98형 TV 가격은 770만원이었다.

A씨는 "아무래도 가격이 가장 큰 메리트(장점)다. 보통 TV는 10년 이상 쓸 생각으로 큰 마음 먹고 구매하는데 TCL은 '쓰다가 다른 것 써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인기가 높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서 TV 제품을 판매량 순 집계를 보면 TCL이 지난해 출시한 '4K UHD HDR 스마트TV'가 세 번째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TCL 측 "입소문 의존? 이젠 적극적 홍보"

온라인 마케팅도 한창이다. 롯데하이마트는 TCL 제품을 '가성비 최고' TV로 소개하면서 기존 판매가보다 최대 20만~30만원 할인하는 온라인몰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TCL은 국내 홍보 활동에 팔을 걷었다. 지난해엔 한 차례도 집행하지 않았던 지하철 광고도 올해 진행하기 시작했다. TCL 관계자는 "그간 입소문 홍보에 의존했지만 올해부터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TV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 제조사 하이센스도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쿠팡과 코스트코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엔 '100형 초대형 QLED TV'를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하이센스가 연내 한국 지사를 설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센스가 지사를 세우고 판매 창구를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더 늘려갈 것"이라며 "TV 외에도 생활가전 등 제품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 22일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벽에 TCL TV 광고가 걸려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22일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벽에 TCL TV 광고가 걸려있다. 사진=독자 제공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 TV…매출 격차도 좁혀져

삼성·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CL·하이센스·샤오미의 출하량 기준 합산 점유율은 31.3%에 달했다. 삼성·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넘어섰다. 글로벌 TV 출하량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한국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은 반면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30%대에서 내리막을 걷다 2023년 20%대(29.8%)로 쪼그라든 뒤 지난해는 28.4%로 더 줄었다.

매출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2020년 31.9%에서 2024년 28.3%로, LG전자는 16.5%에서 16.1%로 줄었다. 같은 기간 TCL은 7.4%에서 12.4%로 올랐고, 하이센스 역시 지난해 10.5%를 기록해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하면서 10%대에 진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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