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100퍼센트 관세 부과 예고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했지만, 기관과 고래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이더리움(ETH)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기관·고래 투자자, 시장 충격에도 이더리움 매수 확대
시장 조정 국면에서도 기관과 대형 투자자들의 이더리움 매수는 계속되고 있다.지난 16일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지크립토는 "지난주 알트코인 시장 급락 이후 일부 고래 투자자들은 9000만달러(약 1281억원) 이상의 이더리움을 대거 매수했다. 비트마인 역시 20만 ETH(약 1조1775억원)를 추가로 확보하며 보유량이 200만개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인 비트마인의 톰 리 회장은 성명을 통해 "최근 며칠간 이어진 암호화폐 시장의 청산 국면은 이더리움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면서 "우리는 20만2037개의 이더리움을 추가 매입해 보유량이 300만개를 넘어섰다. 당초 목표인 전체 공급량의 5% 확보 중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바이낸스의 이더리움 공급 비율은 0.33으로,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가 보유한 이더리움 비중이 줄어든 것은 투자자들이 자산을 커스터디(수탁) 등 외부 지갑으로 이동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이는 매도 압력을 완화하고 향후 강세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4000달러선 무너진 이더리움…단기 조정 국면 속 반등 여력 주목
이더리움은 주요 지지선이었던 4000달러를 하회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매도세가 강화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단기 하락 압력과 중장기 반등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비티씨의 아유시 진달 연구원은 "이더리움이 3820달러를 하회하면 3740달러, 3650달러 순으로 하단 점검이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로 4070달러 돌파 시 단기 반등이 강화되고, 4120달러 안착 시 추가 상승 여지가 열린다"고 밝혔다.
코인텔레그래프의 라케시 우파드히예 연구원은 "4227달러 부근에 강한 저항이 형성돼 있다"며 "해당 구간을 돌파하면 사상 최고가 4957달러 재시험과 5665달러 상단 구간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 관점에선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창업자는 "이더리움은 연말까지 1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분석가 벤자민 코웬도 "비트코인이 10만달러 아래에서 마감하지 않는다면, 이더리움은 5300달러까지 반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은 17일 19시 12분 기준 바이낸스 테더(USDT) 마켓에서 전일 대비 7.77% 내린 3718달러(업비트 기준 57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관세·청산 여파에도 장기 상승 기대는 유지
관세 여파로 시세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장의 장기 상승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스위스블록은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 7월 이후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급증했던 레버리지 물량이 이번 폭락으로 대부분 소멸했고 알트코인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규모 매도에 따른 충격은 다음 상승의 전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유동성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회귀하기 전까지는 반등 기반 마련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한,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급변한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얼터너티브의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극단적 공포' 수준인 22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해당 지수는 '탐욕' 구간인 64에 육박했다.
큰 폭의 가격 하락에도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장기 상승 흐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가 벤자민 코웬은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 종료를 시사한 이후 알트코인이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향후 금리 인하와 연말 랠리가 맞물리는 시점에 '알트 시즌'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비트코인이 장기적 지지선(약 10만1800달러)을 2주 연속 밑돌 경우 '알트 시즌'이 도래하는 시점은 길게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전략가 마이클 반 더 포프도 "알트코인의 장기 추세는 여전히 상승세에 있고, 조정이 나올 때마다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며 "현재 다수의 알트코인이 바닥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고 봤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역사적으로 청산 주도형 항복(capitulation·대량 매도)이 발생한 이후에는 과잉 레버리지가 제거된 효과로 기술적 반등이 뒤따르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에서 알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신청이 급증하는 것도 알트코인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달 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1건의 신규 암호화폐 ETF 상장 승인 신청서가 접수됐다. 최근 셧다운 사태로 SEC를 포함한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알트코인 ETF의 상장은 결국엔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네이트 제라시 노바 디우스 대표는 "정부 셧다운이 끝나면 가상자산 ETF 승인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이미 쿠츠 리얼비전 수석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하급수적 확산과 '탈(脫)화폐 거래(debasement trade)'라는 거시적 흐름은 변함없다"며 "이번 폭락은 '게임 오버'가 아니라 일시적인 리스크 재조정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톰 리 비트마인 회장도 "시장의 구조적 상승 요인은 그대로인 상태"라며 "이번 급락은 건전한 조정 과정으로 앞으로 일주일 안에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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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