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이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설립 10년차인 구다이글로벌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 굴지의 뷰티 대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공방정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핵심은 인수합병(M&A). 해외에서 인기 있는 K뷰티 브랜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단숨에 '매출 톱 3' 안에 들었다.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이어가면서 연 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매출 1.8배 폭풍 성장 예고
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현재 추진 중인 서린컴퍼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올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9354억원)의 약 1.8배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연 매출 컨센서스 기준 LG생활건강(6조8441억원·생활용품 및 음료 부문 포함)과 아모레퍼시픽(4조341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처음으로 애경산업(6791억원)을 제치고 업계 매출 3위에 올랐다. 작년 한 해에만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라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스킨1004) 등 세 곳을 인수해 연 매출이 2023년 1300억원대에서 지난해 9000억원대로 급증했다.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티르티르와 스킨1004는 연 매출이 3000억원가량인 브랜드다.
구다이글로벌은 국내 기존 화장품 업체와 다른 성장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뷰티 대기업은 M&A보다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은 이솝 등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전력이 있다. 반면 구다이글로벌은 2019년 조선미녀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자리를 잘 잡은 브랜드를 사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로레알' 노리는 구다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자사보다 매출 규모가 큰 티르티르 등을 인수했다. 이렇게 최근 6년간 뷰티업체 다섯 곳을 사들였다. 올해도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해 헤어 제품 전문 회사에서 글로벌 최대 화장품 기업이 된 로레알과 비슷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국내보다 해외 공략에 집중한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구다이글로벌의 대표 브랜드 조선미녀는 K뷰티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입소문이 난 뒤 한국에 역으로 수출된 사례다. 조선미녀는 미국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와 독점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유통업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티르티르와 스킨1004도 각각 일본 큐텐 색조 부문 1위, 동남아시아 쇼피 K뷰티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각 지역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구다이글로벌 매출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나온다.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8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추가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뷰티업계에서 다소 생소한 구다이글로벌의 공격적 M&A 전략이 K뷰티 시장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글로벌 최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처럼 거대 K뷰티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