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이 실리콘 밸리의 AI 두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에서 인공지능(AI)를 담당해온 최고AI엔지니어가 메타로 이직하면서 애플의 AI 노력이 또 다른 좌절을 맞았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의 기초 모델 팀을 담당해온 저명한 엔지니어인 루오밍 팡이 애플을 떠나 메타의 새로운 초지능팀으로 옮긴다.
메타는 팡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수천만 달러(수백억원) 규모의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메타의 최고 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스케일AI의 창업자인 알렉산드르 왕과 또 다른 AI스타트업 창업자 다니엘 그로스, 전 깃허브 CEO인 냇 프리드먼 등 주요 AI리더들은 높은 보상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메타는 또 오픈AI의 연구원인 위안지 리와 앤스로픽에서 클로드 개발을 담당했던 안톤 바흐틴도 영업했다. 지난 달에는 또 다른 오픈AI 연구원들도 메타로 대거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최근 자사의 AI모델 라마가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이는 등 벽에 부딪히자, 오픈AI 및 구글 등 경쟁 기술기업의 AI 인재들을 뺏어 오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CEO인 저커버그가 AI 팀 직원 채용에 직접 나서서 연락하거나 자택에 초대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6월 말, 인간만큼, 또는 그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초지능’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메타의 AI 팀을 개편했다. 이 회사는 올해 AI 관련 사업에만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상당 부분을 데이터 센터와 칩 같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것이라고 올해 실적 시즌에 발표했다.
2021년 알파벳에서 애플에 합류한 팡은 애플에서 약 100명으로 구성된 파운데이션모델팀(AFM)팀을 이끌며 애플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담당해 왔다. 이 언어 모델은 애플 인텔리전스와 애플 기기의 기타 AI 기능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경영진들이 이 팀의 개발 성과를 비판하고 오픈AI나 앤스로픽 등 타사 모델을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 팀의 사기가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최고 AI모델 담당자의 이탈은 미국 빅테크 사이에서 AI분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가 이들 최고 수준의 AI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할 연간 수백만달러의 보상은 애플이 자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주는 보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팡의 사임 이후 애플의 AFM 그룹 엔지니어들은 동료들에게 가까운 시일내 메타나 다른 곳으로 떠날 계획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미 팡의 상사로 수석 부사장이었던 톰 건터는 지난 달 애플을 떠났다.
AFM 팀은 존 지아난드레아 AI 수석 부사장의 후임 수석 부사장인 다프네 루옹에게 보고한다. 올해초 애플 인텔리전스 및 새로운 시리 기능의 지속적인 지연 이후에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은 시리, 로보틱스, 코어 머신러닝, 앱 인텐츠 프레임워크, 소비자 제품 관련 팀들이 그의 지휘권에서 제외됐다.
팡이 떠나면서 AFM 팀은 이제 첸 지펑이 운영하게 된다. 팡이 지휘하던 당시에는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그에게 직접 보고했으나 첸에게 보고하는 여러 관리자와 첸에게 보고하는 엔지니어로 구성된 새로운 조직 구조로 바뀌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애플은 새로운 시리의 AI 기능을 구동하기 위해 외부 AI 모델 도입과 함께 팡의 팀이 개발한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버전의 시리 개발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애플의 전체적 AI 전략은 현재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와 애플 비전 프로 헤드셋 개발에 참여했고 현재 시리 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록웰이 주도하고 있다.
지아난드레아는 애플의 AI 연구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애플의 자체 AI는 통화 및 문자 메시지 번역을 위한 새로운 기능에만 등장하며 미미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