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예상보다 과격하고 거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S&P500지수는 오늘 4.8%, 나스닥지수는 6% 각각 하락했는데요.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급락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었습니다.
시장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중입니다. 관세로 인한 충격이 어디에 얼마나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통상 안전자산을 찾을 때는 미국 달러화로 달려가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충격의 진원지가 미국이다 보니 미국 달러화 가치가 되레 떨어졌습니다. 오늘 달러 인덱스는 1.67% 하락했는데요. 2022년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자신감,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마이클 쳄벌리스트 JP모건자산운용 시장 및 투자전략 본부장은 '그레이의 50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은 기소, 체포, 추방될 수 없고, 협박, 위협, 괴롭힘을 당할 수 없으며, 수익 성장, 안정성, 유동성, 법치주의 등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최고의 투표기계"라고 표현했는데요. ING의 통화전략 전문가인 프란치스코 페솔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날 달러가치가 떨어진 것과 관련해 "달러표기 자산에 대한 자신감 상실을 반영한다"면서 "트럼프의 100일에 대해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달러자산이 전부 다 떨어진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물 미 국채는 투자 수요가 늘었습니다. 이것은 달러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된다면 연준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더 중점적으로 연준을 이끌게 될지는 지켜봐야 될 듯 합니다.
이런 변동성 장세는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주요국들이 보복관세 조치에 나서거나 할 가능성이 있고요. 기업들은 수요가 부진해지는 것은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공급망 조정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투자는 혁신이나 기술개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에는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가 예고되면서 애플 주가가 오늘 9.2% 급락했습니다. 가전제품 판매 1위 업체인 베스트바이 주가도 17% 떨어졌습니다.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도 떨어졌습니다. 브렌트유 가격이 6.8% 하락해 배럴당 현재 7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유는 7.1% 떨어진 배럴당 66달러선에서 거래 중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증시 폭락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요. 미국경제가 병든 환자이기 때문에 경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이후에 호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나라와 상호관세에 대해 협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주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답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