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이틀 간격으로 여대생 2명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지난달 31일 시칠리아섬 메시나 시내 한복판에서 첫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시나대에 다니는 22세 여대생 사라 캄파넬라가 같은 대학 남학생 스테파노 아르젠티노(27)와 말다툼 중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범행 직후 도주한 아르젠티노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이틀 만에 체포됐다.
캄파넬라는 생전 아르젠티노의 스토킹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캄파넬라는 아르젠티노와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해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줬다.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녹음된 대화에서 캄파넬라는 아르젠티노에게 "너랑 아무 사이도 되고 싶지 않아. 제발 나 좀 그만 따라다녀"라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대낮에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져 사회적 분노를 더욱 키웠다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전했다.
이어 지난 2일 오전 로마 외곽 숲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실종 상태였던 알바니아계 여대생 일라리아 술라(22)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 남자친구인 필리핀계 마크 샘슨(23)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살인 및 시체 유기 혐의로 조사 중이다.
범행 후 샘슨은 며칠간 술라의 휴대전화로 술라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성을 겨냥한 잔혹 범죄가 잇따르자 로마, 메시나, 볼로냐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탈리아에서는 앞서 2023년 11월 대학생이던 줄리아 체케틴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그해 '올해의 단어'로 페미사이드(femicide)가 선정될 만큼 여성 살해, 가부장적 전통, 젠더 폭력에 대한 국가적 성찰의 계기가 됐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로,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의적 또는 우발적으로 살해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