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이 보복에 나섰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세계 각국의 보복관세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에 ‘R(경기 침체)의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4일 “오는 10일 낮 12시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군수용과 민간용으로 함께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도 내놨다.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수출 역시 통제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상호관세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세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 34% 세율을 매기자 중국도 이에 맞춰 같은 시간, 같은 세율로 대미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동부시간 9일 0시1분, 중국 시간 10일 낮 12시1분 발효된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이번 관세 인상으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 역성장할 것으로 봤고, UBS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8년 만에 A+에서 A로 강등했다. 피치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중국의 성장과 재정 전망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강행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첫날 열린 뉴욕증시에서만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동반 폭락하며 시가총액 3조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6개월 만의 최저치인 101.905로 떨어졌다. 반면 유로화는 한때 6개월 만의 최고인 유로당 1.1달러로 치솟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 선이 무너졌다.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열린 아시아 증시에서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75% 급락하는 등 충격이 이어졌다. 코스피지수는 0.86% 하락에 그쳤지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78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로 32원90전 내린 1431원10전에 마감했다.
뉴욕=박신영/베이징=김은정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