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사성 의약품 원료 공급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선다. 연구용원자로와 가속기 등을 동원해 당장 공급난을 겪고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급하기로 했다.
22일 조은하 원자력연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장은 서울 노원구 본사에서 열린 ‘의료용 동위원소 자립 및 방사성의약품 개발 촉진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하나로를 이용해 방사성 요오드(I-131)의 국내 공급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나로는 원자력연이 1995년부터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다.
일반적으로 방사성의약품은 반감기가 매우 짧아 그때그때 생산을 해야 한다. 대량생산 후 비축했다 활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는 다르다. 공급난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내 방사성 요오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 원자로는 대부분 50년 이상 노후화돼 가동 중단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센터장은 "전 세계 방사성 요오드 공급은 3~4곳의 원자로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나로는 연간 2000Ci(퀴리)의 방사성 요오드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간 수요(1537Ci)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원자력연은 완제의약품 제조사와 함께 하나로 생산 원료의약품을 완제의약품 원료 목록에 추가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과정은 앞으로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방사성 요오드 공급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달 중순 세계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갑상샘암 환자들의 치료 일정이 대거 미뤄지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한편 전립선암 치료에 필수로 쓰이는 악티늄(Ac-225)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생산하기로 했다. 올해 12월 첫 생산이 목표다. 이달 12일 AC-225 생산허가를 받았고 현재 시설변경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김경민 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은 "전자·광가속기를 이용해 한 배치당 1~2mCi의 악티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두 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자력의학원은 SK바이오팜, 새한산업, 셀비온, 퓨쳐켐 등 방사성의약품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은 '알파신약 연구협의체'를 구성해 안티늄과 아스탄틴(At-211) 등 동위원소 치료제 개발과 규제 개선안 마련,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정부가 부산 기장군에 짓고 있는 수출용 신형연구로 개발 현황도 공유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국산화를 위한 핵심 시설로 2027년 말까지 준공한 뒤 이듬해부터 곧바로 가동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몰리브덴, 요오드, 이리듐 등 핵심 동위원소를 곧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품목허가 등 행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