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근로조건도 교섭하라"…삼성물산 소송 대법 최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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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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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과거 부당노동행위로 무시해온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대법원이 “과거 기간에 대해서도 교섭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며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3일 금속노조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임금, 근로시간, 복지후생 등 근로조건에 대해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이행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6월, 금속노조가 요구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단체교섭 청구에 대해 삼성물산이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11년 7월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소속 노동자들은 A노조를 설립하고, 곧 전국금속노조에 가입해 ‘삼성지회’로 전환했다. 삼성지회는 설립 직후부터 매년 삼성물산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같은 해 6월 설립된 또 이른바 ‘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임금협약만을 체결하며 삼성지회의 교섭 요구는 무시했다. 에버랜드 노조는 2013년부터 교섭대표노조 지위까지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이후에도 2020년까지 2년 단위의 단체협약, 1년 단위의 임금협약을 에버랜드노조와 체결해왔다.

상황은 2019년 삼성물산 인사팀 관계자들이 기소되며 바뀌었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지회의 설립·운영을 방해하고 대항노조를 설립·지배했다”는 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2022년 3월 이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에버랜드노조의 설립무효 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법원은 “에버랜드노조는 진성노조인 A노조의 설립을 방해하고 조직·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대항노조로서,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요구하는 실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설립무효를 인정했고, 해당 판결은 2022년 5월 확정됐다.

이에 금속노조는 2020년 4월, 삼성물산을 상대로 2011~2020년 기간 동안 임금, 노동시간, 복지후생 등 근로조건에 대해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1년에는 교섭대표노조로 인정받아 삼성물산과 정식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2021년 이후 기간을 대상으로 한 협약으로 과거 조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협약이었다.

1심은 2022년 9월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은 성립 시점부터 효력을 가지며,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소급해 준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임금 지불과 같이 과거의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해 달라는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소급적으로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등 근로조건에 동의하거나 승인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단체협약 시행 이후 종사한 근로자들에게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에버랜드노조는 실질 요건을 결여한 대항노조로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할 수 없고, 원고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단체교섭권을 가진 유일한 적법한 노동조합이었다”며 “사용자인 피고에게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에버랜드노조는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그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정당하게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에버랜드 노조로 인해 교섭권이 보장되지 못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며 “삼성물산이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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