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정비사업 대혼란
공사 추진할수록 조합은 손해
서울 주택공급 목표대비 14%
임대배치 강요에 이마저 불안
◆ 재건축 소셜믹스 갈등 ◆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완벽한 소셜믹스'를 요구하면서 이미 공사비 급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또 한번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3일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528만7000원) 대비 약 60%나 오른 수치다. 급등하는 공사비로 인해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이 늘면서 공사 중단이나 착공 지연도 속출하고 있다.
조합원들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반포18차 337동이다. 전용 111㎡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받아도 분담금이 12억원을 넘긴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에서 공공임대를 조합으로부터 인수할 때 건설 원가의 40% 수준에서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정비사업지의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셈이다. 공사비가 오르면 오를수록 조합의 손해는 더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동·호수 무작위 추첨 방식과 함께 임대주택을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에도 배치하라는 방침까지 내놓자 정비업계는 "추가 리스크가 폭발 직전"이라고 호소한다. 사업성 저하로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 서울시가 목표로 삼은 주택 공급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올 1분기 서울 내 정비구역 442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은 62곳(14%)에 그친다. 10곳 중 1곳 남짓만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실제 공급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착공 62곳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5만1028가구(임대 포함)로, 전체 정비사업 계획 물량(38만여 가구)의 13% 수준에 그친다. 입주 예정 물량도 심각하게 줄고 있다. 부동산R114와 한국부동산원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6710가구에서 내년 2만4462가구로 2만가구 이상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지금의 혼란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소형 주택 의무비율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재건축 단지에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을 20% 이상 의무 공급하도록 하자, 고급 아파트 수요와 정면충돌하며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된 바 있다. 이번에 여의도 공작아파트도 한강변 임대 배치와 함께 서울시가 소형 평형 가구 수를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중소형 가구가 너무 적으면 임대 가구가 특정돼 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가 확보를 요구했는데, 조합원 일부는 대형 평형을 배정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손동우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