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수당' 고용시장 새 쟁점으로 떠올라
李대통령 "쪼개기 계약 근절"
1년미만 사실상 퇴직금 의무화
기간 따라 임금의 최대 10%
7만3천명이 공정수당 대상자
예산부담 늘고 역차별 반발도
"공공이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공 부문의 불공정 고용 관행을 근절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직접 도입했던 '비정규직 공정수당' 카드로 화답했다.
지방정부 단위에 머물렀던 실험적 정책을 중앙정부가 나서 전국 공공기관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다만 예산 부담과 함께 실제 기간제 감소에 효과가 있는지 논쟁이 뒤따른다. 향후 정부가 민간으로 확산을 유도할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노사 관계에 또 다른 화두가 던져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계약 기간에 따라 최대 10%의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이 대통령이 공공 부문에서 11개월 고용 등 '쪼개기 계약'이 이뤄지는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비정규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고심했다. TF는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올해 1월부터 중앙 행정기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약 2100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계약과 임금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정액임금은 월 289만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년 미만 계약자는 전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중 절반가량인 7만3000여 명이며 평균 임금은 월 280만원이었다. 비정규직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9만원 정도 낮다.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고용노동부는 공정수당이라는 보상책을 내놨다.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고 판단해 보상률을 더 높게 설계했다. 계약 기간에 따라 1~2개월 10%, 3~4개월 9.5%, 5~6개월 9.0%, 7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은 8.5%다. 1년간 일한 노동자의 퇴직금은 임금의 12분의 1(8.3%)인데 공정수당을 최소 8.5% 지급하도록 해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을 더 높게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예산 반영은 2027년부터 이뤄진다. 각 부처가 5월에 예산 요구를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소요 규모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추계를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며 "반복 계약자 비율에 따라 범위가 너무 넓어 전체 재정 추계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기관들이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기존 상시·지속 업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이 확산되면 2027년 이후에는 예산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책의 숨은 목적 중 하나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대책 발표와 동시에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노 갈등이 증폭된 전례가 있다.
중앙부처 소속 5년 차 공무원인 A씨는 "주말을 반납하고 야근도 일상인데 11개월 일하고 퇴직할 때 249만원을 한 번에 받는다는 것을 솔직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공무원의 퇴직수당은 1년 이상 5년 미만 재직자를 기준으로 소득월액의 6.5%에 재직 연수를 곱해 산정한다. 예컨대 월 250만원을 받는 3년 차 공무원이라면 퇴직수당은 48만7500원 수준이다.
경영계에선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른바 '모범'을 보이겠다면서 공정수당을 주는데 대기업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인건비가 올라갈 수 있고 고용도 위축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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