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골퍼 이승민(27)이 또 한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개인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이승민은 27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GC(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쳐 최종 합계 2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 공동 22위를 기록한 이승민은 지금까지 최고 순위였던 2023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37위를 훌쩍 넘어섰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닌 이승민은 '골프계의 우영우'라고 불린다. 치열한 도전 끝에 2017년 KPGA 투어 정회원 자격을 땄고, 2022년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제1회 US어댑티브오픈에서 우승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해 에는호주 올어빌리티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올해는 중국 차이나 투어 풀 시드을 따내기도 했다.
이승민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 강풍까지 더해져 모든 선수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이승민은 3언더파 68타를 쳤다. 공동 4위를 기록한 그는 톱10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쉽지 않은 경기를 쳘쳤다. 6번홀(파4)부터 12번홀(파4)까지 7개홀 연속 보기를 기록한 그는 5타를 잃으며 공동 14위로 밀려났다.
처음 경험하는 높은 순위가 그에게 부담이 된 탓이었다. 이승민의 스윙코치 겸 캐디인 윤슬기씨는 "3라운드때 승민이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승민아 긴장한거야?'라고 물었는데 들고있던 컵이 심하게 흔들리더라"며 "그러면서도 '아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고 귀띔했다.
극심한 긴장 속에 3라운드를 치른 이승민은 최종라운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4번홀에서 보기를 범하긴 했지만 9번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잡아냈다. 후반 9개 홀, 깃대가 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파를 이어가며 타수를 지켜냈고, 자신의 KPGA투어 최고 성적을 만들었다.
경기를 마친 뒤 이승민은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도 샷은 좋았는데 퍼팅이 조금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면서도 "겨울 훈련 때 계속 골프장에 살면서 연습량을 늘린 것이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0일 동안 잔디 위에서 살았다"며 지난 동계훈련의 연습량을 소개했다.
많은 갤러리 앞에서의 경기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매 홀마다 갤러리들이 여러겹으로 에워쌀 정도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이승민의 경기에 갤러리들도 아낌없는 찬사와 응원을 보냈다.
이날 또 하나의 한계를 넘어선 그는 이제 "우승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KPGA투어 시드가 없는 그는 초청선수로 출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출전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컷을 통과하고 포인트를 얻어내 연말에 K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직행 티켓을 따내고 싶다"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파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