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골프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말라 - PGA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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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7일 영국 런던 골프클럽의 인터내셔널 코스에서 열린 EDGA 골프대회 18번 홀 그린에서 두 발 모두 의족인 에멘 레온(맨 오른쪽)이 다른 선수의 퍼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ㅣ윤영호

지난 5월 6~7일 영국 런던 골프클럽의 인터내셔널 코스에서 열린 EDGA 골프대회 18번 홀 그린에서 두 발 모두 의족인 에멘 레온(맨 오른쪽)이 다른 선수의 퍼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ㅣ윤영호


지난 5월 6~7일 영국 런던 골프클럽의 인터내셔널 코스에서 열린 EDGA 골프대회 1번 홀에서 한 발로 자세를 잡고 티샷을 한 후에 한 발로 피니시를 잡고 있는 크리스 포스터(영국).  사진 ㅣ 윤영호

지난 5월 6~7일 영국 런던 골프클럽의 인터내셔널 코스에서 열린 EDGA 골프대회 1번 홀에서 한 발로 자세를 잡고 티샷을 한 후에 한 발로 피니시를 잡고 있는 크리스 포스터(영국). 사진 ㅣ 윤영호

지난 5월 6일과 7일에 런던 골프클럽의 인터내셔날 코스에서 EDGA(유럽장애인골프협회)가 주최하는 골프대회가 열렸다. 한 다리로만 서서 스윙하고 피니시를 잡는 선수, 숏 암으로 두 팔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지만, 그린에서 매번 스스로 공을 마크하고 닦은 후에 정렬하는 선수, 홀로 설 수가 없어서 퍼팅을 포함한 모든 샷을 전동 휠체어에 기대어 하는 선수가 있었다.

칠부바지를 입고 있어서 두 발이 모두 의족인 상태를 드러낸 채로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던 에멘 레온(네덜란드)을 만났다. 어떤 선수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는 “편견과 장벽을 넘고 시련을 극복한 타이거 우즈를 가장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골프를 진지하게 대하면서, 골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를 좋아한다.” 의외의 대답에 그런 선수가 누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프로선수들은 한결같이 골프는 ‘갈아 넣는 것(grind)’이라고 말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가 있을까?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가 11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플라워타운의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스윙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슈트라카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64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플라워타운(미국) ㅣAP 뉴시스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가 11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플라워타운의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스윙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슈트라카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64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플라워타운(미국) ㅣAP 뉴시스

지난해까지 웰스파고 챔피언십으로 진행된 PGA투어 시그너쳐 이벤트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개최됐다.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가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를 2타 차이로 물리치고 우승하면서 로리 매킬로이에 이어 두 번째로 시즌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슈트라카의 플레이를 보면서 ‘골프를 진지하게 치면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슈트라카와 라우리는 챔피언조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이어갔다. 슈트라카는 이글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보기를 세 개나 기록했고, 라우리도 같은 수의 보기를 기록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보기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라우리는 실수한 후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슈트라카는 실수해도 아쉬워하지 않고 다음 샷을 이어갔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슈트라카는 “나는 4일 내내 많은 좋은 샷을 쳤지만, 많은 나쁜 샷도 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수를 받아들일 줄 아는 선수였고, 그의 실수는 다른 실수로 이어지는 법이 없었다.

다른 스포츠에도 입스(Yips,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이 비정상적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가 있지만, 골프는 입스를 겪는 선수가 특히 많은 종목이다. 입스는 주로 퍼팅에서 찾아오는데, 롱퍼팅보다 짧은 퍼팅에서 일어난다. 벤 호건, 버나드 랑거, 어니 엘스, 세르지오 가르시아, 청야니 등이 입스를 겪은 대표적인 선수다. 청야니는 숏퍼팅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프로치에서 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을 목표로 골프를 쳤다고 한다. 입스를 극복하지 못한 그녀는 프로무대에서 사라졌다.

골프채 중에 퍼터만큼 형태가 다양한 클럽이 없고, 퍼터만큼 잡는 방법이 다양한 클럽이 없다. 어느 선수는 롱퍼팅과 숏퍼팅 그립이 다르고, 어느 선수는 빈번하게 퍼팅 루틴을 바꾸며, 어느 선수는 자주 퍼터를 교체한다. 다양한 퍼터, 다양한 그립은 퍼팅 성과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지만, 많은 시도가 퍼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퍼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고안됐다. 버나드 랑거는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 퍼팅을 시도한 적이 있고,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청야니도 왼손 퍼팅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왔다.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키이스 미첼(미국)은 3라운드에서만 숏퍼팅을 네 개나 놓쳤는데, 그에게도 입스가 올지 걱정될 정도였다.

키이스 미첼이  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플로어타운의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열린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골프 토너먼트 2라운드 18번 홀에서 홀컵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3라운드에서만 숏퍼팅을 4개나 놓쳐 입스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필라델피아(미국) ㅣ AP

키이스 미첼이 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플로어타운의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열린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골프 토너먼트 2라운드 18번 홀에서 홀컵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3라운드에서만 숏퍼팅을 4개나 놓쳐 입스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필라델피아(미국) ㅣ AP

실수해서는 안 되는 거리라고 인지하는 순간에 당연한 성공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한 두려움이 근육의 경직, 운동 기억의 교란 또는 신경 교란을 일으킨다. 결국 입스란 골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스코티 셰플러는 종교적 구원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얻었고, 67타를 치든지 77타를 치든지 자신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입스로 가는 길을 차단했다. 젠더 쇼플리는 “부담을 떨친 로리 매킬로이는 모든 선수에게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매킬로이는 스스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안정감을 찾을 것이다.

김주형은 스윙 메커니즘의 변경을 선언하면서 “바늘로 찔러도 피가 안 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전문가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모든 선수에게 스윙 메커니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골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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