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쫓은 화가, 클로드 모네
모네의 삶은 빛을 향한 고독한 투쟁이었다. 긴 무명 시절과 생활고, 평단의 외면, 가족의 죽음, 그리고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말년…. 그럴수록 그는 집요하게 빛에 집착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야외에서 스케치한 뒤 실내에서 그림을 완성하던 당시의 관행과 달리, 모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 속에서 붓을 들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연작(連作)’이었다. 같은 풍경도 시간대와 계절,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는 점에 착안해 하나의 대상을 반복해 그렸다. 건초더미 연작으로 주목받은 이후 남은 생을 수련에 바쳐 250점을 남겼다. 그에게 수련은 내면의 심연을 비추는 창이었다.
해바라기를 분신처럼 사랑한 고흐
수련이 모네의 영혼을 비췄다면 해바라기는 고흐 자신을 투영한 분신이었다. 양 교수는 “겨울이 길고 추운 네덜란드에서 자란 고흐는 태양을 동경했고 해바라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했다”고 설명했다. 고흐의 해바라기에는 네덜란드 정물화의 전통, 즉 ‘바니타스(Vanitas)’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바니타스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싱싱한 해바라기뿐 아니라 시들어가는 해바라기까지 함께 그린 고흐의 작품은 인생의 유한함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낸다.
고흐는 37년의 짧은 생애 중 화상(畫商)으로 7년, 화가로 10년을 살았다. 16세부터 23세까지는 학교에 다니는 대신 삼촌이 운영하던 화랑에서 그림을 사고 팔았다. 27세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엔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10년간 무려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1888년부터 1년간 프랑스 아를에 머물며 ‘해바라기’를 7점 그렸다. 이 중 한 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실돼 현재 6점이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에 소장돼 있다. 고흐는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선배 플랑드르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고 거친 붓 자국을 남기는 방식으로 회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평생 미술계의 외면을 받았던 고흐가 사후에 별처럼 빛날 수 있었던 건,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 덕분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테오도 요절하자 요한나는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와 고흐의 작품을 정리하고 전시하며 고흐를 미술사에 남겼다.
고흐의 삶은 애니메이션 영화 ‘리빙 빈센트’(2017년)로 조명됐다. 그의 작품 세계를 디지털 영상과 소리로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는 전 세계 수십 개 도시에서 순회 중이다. 최근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한여름 밤의 고흐’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절망의 끝에서도 빛을 그린 두 거장의 명화는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고통은 지나가고 예술은 남는다.”
QR코드를 스캔하면 31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언어편’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편’은 8월 7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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