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로 농산물과 축산 농가 모두 침수 피해를 보면서 밥상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 면적은 2만4247㏊(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만500㏊)의 약 39.6% 수준이다.
축산 농가는 더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닭 90만 마리 이상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이번 폭우로 총 103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처럼 괴물급 강우로 꼽히는 2023년 장마 당시 가축 피해 규모 91만2000마리를 단 4일 만에 뛰어넘은 것.
때 이른 폭염에 이어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통한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박의 경우 무더위에 생산은 감소했지만, 수요는 오히려 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수박 1통의 소매가격은 3만 866원으로, 1달 전보다 41.0%, 1년 전보다 44.6% 올랐다. 폭우 피해가 심각한 깻잎도 100g 기준 가격이 18일 기준 2661원으로, 전월 대비 9.42%, 전년 대비 14.95% 상승했다.
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달걀 평균 가격은 특란 30구 기준 7031원으로 전년 대비 6.72% 올랐다. 육계도 전월보다 6.9% 상승한 1㎏당 5952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초복(20일)을 앞두고 지난 17일 공개한 영계와 수삼·찹쌀·마늘·밤·대파·육수용 약재 등 삼계탕 재료 7개 품목의 가격을 반영한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삼계탕을 직접 끓이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분에 9000원으로 5년 전보다 3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장마 이후 물가는 2%대에서 3% 중반까지 뛴 것으로 집계됐다. 6~7월 폭우로 농축산물 등 식료품값이 치솟으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2.3%) 대비 1.1%포인트(p) 급등했다. 당시 식료품은 물가 상승에 4분의 1 정도(0.8%P)를 기여해 전체 12개 부문 중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이번 폭우는 2%대 물가 안정 흐름 속에 새 정부 출범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려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겨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내수 경기는 다시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번 수해 복구와 물가 관리가 새 정부 경제팀의 첫 긴급 현안이자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