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여 전문건설업체가 정말 어렵습니다. 생존과 건설산업 혁신을 위해선 정책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합니다.”(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생을 위한 전문건설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전문건설사 대표와 전문가들은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업무 영역이 사라진 후 6만 전문건설업체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고 입을 모았다. 윤학수 회장은 “전문 영역인 돌 쌓는 기술, 페인트 기술, 방수하는 기술 등을 다 묶어놔서 품질 저하에 시달린다”며 “전문과 종합건설 영역을 합할 게 아니라 기술을 더 세분화해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담당할 업무 영역을 폐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건설산업 경쟁력 제고와 시장의 자율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2021년부터 공공 발주 공사분, 2022년부터 민간 발주공사의 업역 규제가 풀렸다.
기조 발제를 맡은 조정철 한국경영연구원 원장은 “건설업계에서 종속적 지위에 있는 전문건설사는 대외환경은 물론 전방 건설업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위기에 몰려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실질적 시공의 주체를 맡은 전문건설사는 건설산업의 약 60%를 차지하며 국내 고용과 내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업역 개편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원·하청 간 협력보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건설업계는 업역 간 불공정성 확대에 불안해하고 하자보수 손해배상의 부담 등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건설사가 직접 전문 공사를 수행하거나 계열사 중 전문건설사를 활용해 내부적으로 시공·처리하면서 공사 물량이 종합건설사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종합건설사 중심의 수주 구조에 의존해 전문건설사의 자립도가 떨어지고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원장은 “종합건설사가 직접 전문 영역의 공사를 수행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져 시공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복잡하고 고난도인 전문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합건설사가 수주한 전문 영역의 공사 중 34%가 불법 재하도급으로 시공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수경기를 지탱하는 건설업은 연계 산업이 많아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며 “전문공사 입찰 시장을 정상화하고 업계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