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 거장 “한강은 서울이 가진 최고 자산…덮개공원은 좋은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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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은 서울 한강변 초고층 재개발에 대해 "건물의 높이보다 땅과 하늘, 사람 간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을 도시의 핵심 소프트파워로 보며, 시민과의 연결성을 중시하는 도시 설계를 주장하고, 서울 노들섬의 소리풍경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적 잠재력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헤더윅은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 형태의 행사를 기획하고, 건축이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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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열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서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적 건축 거장 토머스 헤더윅이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며 그가 설계한 서울 노들섬, 서울의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오는 9월 열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서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적 건축 거장 토머스 헤더윅이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며 그가 설계한 서울 노들섬, 서울의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건물이 얼마나 높으냐보다 땅과 하늘, 사람이 어떻게 만나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세계적 건축 거장 토머스 헤더윅이 서울 한강변 초고층 재개발에 대해 던진 핵심 메시지다. 최근 방한해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헤더윅은 “강과 고층 빌딩은 공존할 수 있다”며 “도시의 성패는 지상 접점부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건물이 얼마나 높게 올라갈지를 너무 많이 걱정하는 반면 정작 땅에 닿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건물과 땅이 만나는 지점, 즉 사람이 걷고 머무는 공간을 얼마나 흥미롭고 다양하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초고층 건물의 성패도 지상 접점부 개발에 달려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만약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건물 상단보다 하단(지상부)에 더 투자해야 한다. 가령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건물에 스토리텔링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헤더윅이 설계한 뉴욕 ‘리틀 아일랜드’.

헤더윅이 설계한 뉴욕 ‘리틀 아일랜드’.

헤더윅은 현재 세계 건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다.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런던의 ‘코럴’, 상하이의 ‘1000트리즈’ 등 세계 주요 도시 랜드마크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가 설계한 서울 노들섬의 ‘소리풍경’은 2028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건축뿐만 아니라 공학·문화·스토리텔링을 망라하는 종합예술적 천재성으로 ‘현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고 있다.

헤더윅은 초고층 빌딩과 자연(산), 강이 어우러진 도시 사례로 홍콩을 언급했다. 그는 “홍콩은 높은 건물들이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완차이에 가면 얇게, 하늘로 솟아오른 건물이 즐비하지만 거리는 여전히 흥미롭고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비결은 ‘다양성’과 ‘연결성’이다. 헤더윅은 “핵심은 거리와 강변이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고, 고층빌딩과 거리의 접점이 죽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예로 개장과 동시에 도쿄의 명물로 떠오른 아자부다이힐스가 있다. 중심 건물인 모리JP타워는 330m로 일본 최고층 빌딩이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헤더윅은 자연과 도시가 마치 유기체처럼 연결된 아자부다이힐스 저층부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모습.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모습.

헤더윅은 “런던의 템스강보다 (폭이) 세 배나 넓은 한강은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고 이 같은 기회를 가진 도시는 결코 많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강이야말로 서울이 가진 가장 큰 ‘소프트파워’이고 한강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곧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변 일대의 ‘덮개공원’에 대해 그는 “장기적으로 좋은 목표”라고 평가했다. 헤더윅은 “과거엔 강이 도시의 뒷문 역할을 했지만, 이젠 시민들이 강과 더 가까워지고, 물 위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라면서 “도로를 넘거나, 밑으로 지나가거나, 우회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시민이 강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와 이에 따른 환경 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혜안을 묻자 그는 “자연과 인간은 모두 기발하고 유연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덮개공원 조성을 포함해 계획안을 수립한 반포·압구정·성수 등 3만9000가구 한강변 정비사업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강한 반대에 발목이 잡혀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서울시는 기술적 사항을 보완하겠으니 한강 접근 시설 설치를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이지만 한강청은 안전 관리와 특혜 등의 이유로 덮개공원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기 때문이다.

헤더윅이 설계한 뉴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와 한강 덮개공원은 구조적으로 강 위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공공공간을 만드는 점에서 일부 유사성이 있다. 하천법에 대한 해석이 유연하게 바뀌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의 랜드마크 조성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 노들섬을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노들섬 개발을 위한 서울시 공모에서 헤더윅의 설계작 ‘소리풍경(Soundscape)’이 선정됐다. 그는 “서울은 세계적으로 음악에 강점이 있지만, 방문자 입장에선 그 문화가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다”며 “도시 전역에 존재하는 서울만의 소리를 한데 모아 노들섬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들섬 설계를 소리풍경으로 명명한 배경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로맨틱’이다. 헤더윅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진 나라의 수도인 서울엔 사람들이 만나고, 데이트하고, 함께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한강은 도시의 분절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노들섬이 강남·북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리틀 아일랜드와의 차별점도 강조했다. 그는 “노들섬은 자연섬인 데다 규모도 훨씬 더 크다”면서 “또 다른 차원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오는 9월 열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헤더윅은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건축계가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란 말로 스스로를 보호해왔지만 건축은 예술가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시민 모두를 위한 공적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가 소수의 결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생각이다. 헤더윅은 “서울 비엔날레를 전문가들만의 대화가 아니라, 13세 아이부터 99세 어르신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람들의 감정과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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