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업 대출 첫 감소
우리은행은 사실상 중단 조치
타 시중은행 풍선효과 막으려
기존 대출 줄이고 심사 강화
임대용 부동산 시장 불황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 시중은행들은 관련 대출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출 자체를 사실상 중단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임대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에 빗장을 걸어잠그는 은행이 늘면서 풍선 효과를 우려한 타 시중은행도 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관련 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부동산 임대업 기업대출은 1조8520억원가량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8014억원 줄어든 작년 4분기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개별 은행별 감소폭 확인이 가능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우리은행이 1조3390억원을 줄이며 가장 감소폭이 컸고, 하나은행은 9872억원을 줄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4분기 부동산 임대업 기업대출 규모 자체는 각각 1조 3055억원, 2194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직전 분기의 1조5832억원, 7376억원에 비해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임대업 대출을 선호했지만, 최근에 부실이 많아지고 연체율이 오르면서 안전하지 않은 대출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담보가 있다고 해도 실제 경·공매에 들어갔을 때 낙찰이 잘되지도 않을뿐더러 감정가가 원담보 가치 대비 반 토막 나는 곳이 많아 신규 영업을 자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관련 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우리은행은 임대업 부문 신규 대출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감리 부서에서 임대업 관련 기업에 대해 추가 여신 억제나 축소 의견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신한은행도 최근 본부 차원에서 부동산 임대업 대출 건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취급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의 관련 대출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민·하나은행을 비롯한 타 시중은행들도 부동산 임대업 관련 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추가적인 확장 가능성이 낮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의 특성도 한몫했다. 일반 기업대출의 경우 여신을 취급함과 동시에 외환 거래나 기업 직원 거래, 퇴직연금 등 부수적인 거래가 생기지만 부동산 임대업은 대출 이자가 거래 수익의 전부다.
임대 부동산 시장 불황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 관련 대출은 지속 감소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상권 공실률은 가로수길 39.4%, 강남 20%, 청담 17.4%, 홍대 14.4%, 한남·이태원 11.5%였다. 명동과 홍대를 제외한 모든 상권의 공실률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높아진 공실률에 대출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상가 경매 2736건이 진행됐는데 이는 전년(1530건) 대비 78.8% 증가한 것이다. 반면 낙찰률은 16.8%로 전년(21.1%) 대비 하락했다. 낙찰가율도 70.9%로 전년(78.9%)보다 하락했다.
한때 호황기를 누렸던 지식산업센터의 현실은 더 우울하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672건, 거래금액은 2569억원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활형 숙박시설 역시 분양대금 미납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분양 계약자와 사업 시행자 간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심해진 빌라 기피 현상도 여전해 주택 임대업에서 분위기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대업 대출과 달리 가계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만 놓고 보더라도 주담대는 당국의 경고에도 올 1분기 7조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당국에서 주담대 관련 대출을 핀셋 관리하던 작년 4분기(3조8870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