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도시권에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지난 3월 ‘왕부(Wangbu)’라는 이름의 반려견 대여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 플랫폼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거주자들이 시간 단위로 반려견을 빌려 산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왕부’는 중국어로 ‘개 산책’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비스 이용 방식은 간단하다. 견주가 자기 개 프로필을 만든 후 플랫폼에 정보를 등록하면 이용자는 주인과 직접 연락해 인수·반납 일정을 조율한다. 대여 요금은 견종과 이용 시간에 따라 시간당 10~60위안(약 2200원~1만3000원) 수준이다.선전에 사는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 ‘이븐(Even)’은 시간당 45위안에 등록돼 있다. 소개글에는 “활발하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고 적혀있다. 특별 사항으로는 “보호자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산책이 가능하고, 보호자가 제공한 음식 외에는 어떤 것도 먹여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다.
또 다른 반려견인 웰시코기 ‘바이완(Baiwan)’은 시간당 60위안에 올라왔다.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장난기 많은 성격”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 견주는 대여자가 혼자 산책시키거나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도 허용했다.
● “위험하지 않아…안전장치 마련”플랫폼 측은 반려견 보험 가입, 실시간 위치 추적, 이용자 실명 인증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산책은 반려견이 익숙한 지역에서만 이뤄지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왕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진정한 애견인으로, 반려견을 해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신분 확인까지 마친다”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에 등록된 대부분의 반려견은 낯선 사람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견주들은 소중한 반려견을 위험에 빠뜨릴 생각이 전혀 없다.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했다.
● “여건상 못 키우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
이 같은 서비스 등장에 일부 이용자들은 “잠시나마 반려견을 키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이용자는 ‘진진’이라는 반려견을 빌려 한 시간 동안 함께 쇼핑을 즐겼다며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우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키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간이 학업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반려견을 등록한 견주들 역시 플랫폼을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견주는 “우리 개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호기심 삼아 등록했다”며 “매번 직접 산책에 동행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잦은 보호자 변경은 반려견에게 스트레스”
반면 전문가들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우한에서 활동하는 수의사 천스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반려견은 산책시키는 사람이 자주 바뀌고 환경과 생활 패턴이 계속 달라질 경우 불필요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법체계에서는 여전히 개와 고양이를 재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학대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구제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반려동물 매장은 하루 9.9위안에 고양이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애묘인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끝에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 “가족 같은 반려동물 돈 받고 빌려준다고?”
온라인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타났다.
한 누리꾼은 “단순히 반려견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선전에 거주하는 한 애견인은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돈을 받고 빌려준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나는 내 반려견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면 다른 애견인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도시 지역에는 약 1억2600만 마리의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으며,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3130억 위안(약 70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이색 반려동물 서비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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