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입고 출근하면 성희롱?…日 직장가 덮친 ‘다리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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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일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청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쿨 비즈(Cool Biz)’ 복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2년 6월 1일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청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쿨 비즈(Cool Biz)’ 복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직장인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는 ‘쿨비즈(Cool Biz)’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 동료의 다리털이 불쾌하다는 불만부터 여성에게만 스타킹 착용을 요구하는 관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일본 직장가에서는 ‘스네하라(다리털 괴롭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도쿄도는 올해 여름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티셔츠와 운동화, 반바지 등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는 쿨비즈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냉방 에너지 절감과 폭염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복장 규정 완화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 일주일간 열사병 4580명…기온 40도 넘는 ‘찜통’ 日

최근 일본은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7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열사병으로 7명이 숨지고 4580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일본 기상청은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날을 가리키는 ‘혹서일(酷暑日)’이라는 용어까지 새로 발표하며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당국은 직장에서의 체온 조절을 위한 ‘쿨비즈’ 정책을 도입했다.

시행 넉 달째를 맞았지만, 쿨비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현지 레이저 제모 업체 고릴라 클리닉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여름철 사무실 내 반바지 착용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반대 이유로는 남녀 모두 체형과 체모에 대한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클리닉 측은 특히 여성 응답자 비율이 높았다며 “많은 여성들이 남성 동료의 맨다리를 보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다리털 괴롭힘’ 신조어까지…성차별 논란도

반바지 착용을 둘러싼 불쾌감은 신조어의 등장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 동료의 다리털을 원치 않게 봐야 하는 상황을 ‘스네하라(すねハラ)’라고 부르고 있다. 다리털을 뜻하는 일본어 ‘스네게(すね毛)’와 괴롭힘을 뜻하는 ‘하라스멘토(harassment)’를 합친 표현이다.

반바지 출근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도 제기됐다. 일본 직장 문화에서는 여성이 반바지를 입더라도 스타킹 착용을 암묵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있어, 남녀에게 적용되는 복장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도쿄도는 쿨비즈 정책이 특정 복장을 강요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쿄도 환경국의 와타나베 노보루는 BBC에 “혹서기에 무엇을 입으라고 지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려는 것”이라며 “근무 복장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무실 내 반바지 착용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고릴라 클리닉의 후나쓰 아키후미 원장은 최근 다리털 제모를 원하는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며 “다리털을 정리하는 것이 반바지를 입을 때 지켜야 할 사회적 에티켓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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