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다주택자 연일 압박
토허제로 거래 어려운 한계 인정
계약만 해도 양도세 중과 유예
다주택자에게 매도할 시간 줘
3년 만에 강남 등 증여 최대기록
향후 보유세인상땐 더 가속화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5월 9일까지 계약한 것은 중과세를 유예해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보겠다"고 밝힌 것은 다주택자들에게 처분 시간을 주는 대신 100여 일 내에 처분하라는 '최후 통첩'이다.
원칙적으로는 중과 부활을 재확인하면서도 거래 구조상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출구를 마련해 실질적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주택 처분이 급한 다주택자들은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고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이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 거래는 '매도·매수자 간 거래 약정→토지 거래 허가 신청→구청의 허가→계약→잔금' 순으로 진행된다. 당사자 간 계약과 대금 지급만으로 끝나는 일반적인 거래보다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더 소요된다. 당사자들의 사정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인 거래도 통상 계약부터 잔금까지 2~3개월 걸린다. 이마저도 매도자가 바로 나타났을 때의 경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기한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 혹은 잔금 지급이 완료돼야 가능하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부활을 못 박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5월 9일까지 3개월 반 정도의 기간 내에 모든 과정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기준이 기존 잔금일에서 계약일로 바뀌면 제한적이지만 매물 유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기한이 늘어난 만큼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매도가 어렵다고 여겼던 다주택자 중에서 마음을 돌리는 이들의 수만큼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로 인해 나타날 매물 성격은 지역별로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핵심지를 비켜난 중저가 매물이 일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은 양도차익이 크고 장기 보유 가치가 높은 핵심지 주택은 자녀에게 넘기고, 차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저가 주택부터 정리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남보다 강북, 서울보다 경기권·수도권 외곽에서의 매물 증가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다.
실제로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 중저가 지역이나 경기 외곽은 최근까지 대출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거래가 늘었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본격 나오면 가격이 다시 약보합 또는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미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 집부자들 중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에 대한 학습으로 작년부터 증여·상속 등을 통해 다주택 상황을 해소해 매물 증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월간 기준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이 1000건을 넘긴 것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점옥 신한투자증권 패스파인더 세무전문위원은 "지난달부터 양도세 중과에 대비한 증여 상담 요청이 크게 늘었다"며 "정부가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세금 부과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정공법인 증여를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서 매매 대금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매매가 아닌 증여로 간주해 최대 12%의 취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새해부터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증여 급증세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고 양도세 부담이 큰 핵심지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달 증여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였다. 송파구의 집합건물 증여 신청은 지난해 11월 68건에서 12월 138건으로 한 달 새 2배 이상 폭증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11월 40건에서 지난달 89건으로 122.5% 급증했고, 강남구 역시 전월 대비 15.2% 늘어난 91건을 기록했다. 비강남권 상급지인 마용성과 도심권도 마찬가지다. 중구는 18건에서 64건으로 255.6% 늘어났으며 마포구(50%), 성동구(50%), 용산구(35.7%) 등 주요 지역 모두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을 처분하려면 팔아야지 증여하면 안 된다'는 건 사적 소유권을 존중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주장 아니겠느냐"며 "정당한 세금을 내는 증여는 시장경제 원리"라고 말했다. 증여세를 내는 정상적인 자산 이전은 막지 않되, 탈루성 증여 등 불법적 요소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등으로 엄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강남, 마용성 등 시장 변화 변수는 보유세로 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이 "버티기가 이익이 되는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중에 고가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가 급등하면 세금 인상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되면 오히려 임차인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박재영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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