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기생충’ 제친 ‘킹 오브 킹스’…360억 제작비 100% 국내 자본인 이유[인터뷰]

17 hours ago 3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100% 순수 국내 자본과 10년의 제작 기간으로 만들어진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북미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한국으로 금의환향한다.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성호 감독이 그 소감과 과정을 이야기했다.

‘킹 오브 킹스’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윌터와 함께 2000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무려 6000만 달러(약 822억원)의 극장 매출액을 올리며, ‘기생충’을 넘어 한국영화 사상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기록을 세웠다.

특히 62주간의 상영 기간과 올해 2월 IMAX 재개봉까지 포함한 기생충의 최종 북미 누적 수익인 5,384만 달러를 단 3주차인 17일 만에 넘어서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의 8,574만 달러에 이어 아시아 애니메이션 역대 북미 흥행 2위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장성호 감독은 이례적 K-애니메이션 기록을 세운 미국 개봉 당시에는 오히려 담담한 느낌이었다고.

“미국은 흥행 지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예상 수치가 이미 리포트가 된 상태였어요.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 반응, 배급 시사 했을 때 극장 체인 반응이 어느 정도 지표가 있었거든요. 예측 사이트보다는 성과가 크게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이미 성과를 예상할 수 있었던 미국보다는 고향인 한국 개봉이 걱정이 된다는 장 감독은 “이 작품이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도 없고, 종교 콘텐츠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작품이라 극장 체인들도 감을 못 잡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제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은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 말고는 다 작은 사이즈의 영화였어요. 대부분 어린이들 대상으로 제한적인 관객 수요를 예상하는데, ‘킹 오브 킹스’는 그 어디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거예요. 미국에서도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지만, 한국에서는 훨씬 더 그럴거예요.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인 그런 복잡한 심정입니다.”

‘킹 오브 킹스’는 제작 기간 10년에 총 36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본래 2000만 달러(한화 약 276억원)를 마지노선으로 잡았지만, 제작 기간이 길어지는 탓에 제작비를 늘릴 수 밖에 없었고 투자를 받다못해 장 감독의 사비까지 다 넣을 수 밖에 없었다고.

특히 미국에서 VFX(시각 효과) 작업을 했었던 장 감독이기에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에서의 투자 제안도 꽤 받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장 감독은 ‘100% 국내 자본’이라는 타이틀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일을 해보다보니 그들의 제작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어요. 투자자가 갑이고, 모든 권리를 그들이 행사하거든요. 프로듀서 파견하고 A부터 Z까지 다 관리를 하고 창작에 간섭도 분명히 들어오거든요. 고민 끝에 저작권도 지켜야하고, 창작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국 투자를 포기하고 국내 투자만 받기로 결정을 했어요.”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VFX 1세대인 장 감독은 영화 연출로는 ‘킹 오브 킹스’가 데뷔작이다. VFX만 30년 하던 인물이 영화 연출을 하게 됐다니 주변에서는 “무모한 망상”이라는 만류가 대부분이었다고.

“‘그게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기 확신이 있으면 남이 뭐라고 하든 휩쓸릴 필요가 없었어요. 저에겐 기독교 콘텐츠 실패 사례가 없는 미국 시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도 제작비 회수가 돼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특히 미국 할리우드 스탠다드 퀄리티에 맞춘 비주얼, 연출, 작품성을 갖춘 내용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확실히 있었다고.

“그래픽적 완성도는 물론 자신이 있었고요. 창작자로서는 이전에 시나리오 관여도 해보고 편집도 해봤고, ‘감독을 할 거면 잘 할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실제로 연출 제안도 받은 적이 있어요. 어찌됐건 수백편의 영화를 하면서 시나리오 안목이 생겼고, 제 글은 더 냉정하게 보게 됐죠. 이제까지 봤던 수준에서 ‘이 정도면 허들을 넘을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도전을 하게 됐어요. 근거 없이 단순히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어요.”

‘킹 오브 킹스’는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포레스트 휘태커, 피어스 브로스넌 등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초호화 캐스팅에 대해 장 감독은 “이렇게 억수로 운이 좋을 수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미국 영화 일을 하다보니 스태프들과 친분이 생겨서, 미국의 베테랑 캐스팅 디렉터 제이미 토마슨과 다이렉트로 연결이 됐어요. 다행히 제이미가 ‘킹 오브 킹스’의 기획을 마음에 들어했고, 감사하게도 그 분도 크리스천이기도 했고요. 디즈니에서 16년 일하신 분이라 배우들 에이전트랑 관계가 좋았는데 ‘이 영화에 자기 인생의 한 번 쓸 카드를 다 쓰겠다’고 하더라고요.”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제이미 토마슨은 제작이 10년이 걸리는 동안에도 작업에 대한 추가 금액을 한 번도 요구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줬다고. 장 감독은 제이미 토마슨을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 중 한 명이었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제이미가 ‘내가 배우들한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라인이 있지만, 시나리오가 꽝이면 거기서 끝이다. 다행히 시나리오가 허들을 넘길 것 같으니 시도해보자’는 말을 하더라고요. 미국 배우 에이전트들은 시나리오 검수하는 비서들이 따로 있는데, 에이전트들이 시나리오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각본으로 오스카 트로피까지 받았던 케네스 브레너 경은 시나리오를 좋게 평가하면서 ‘이 소재로 내가 시나리오 썼어도 이렇게 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냈다고.

“‘예수님 이야기가 다 뻔하고 알려진 이야기라 재밌게 쓰기가 어려운데, 디킨스가 아이한테 얘기해주면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구성을 흥미롭고 잘 풀어냈다’고 하더라고요. 제이미가 그 얘길 옆에서 같이 듣고 ‘케네스가 이렇게 얘기했다’는 내용을 다른 배우들 에이전트에 써서 보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들이 훨씬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원활하게 잘 됐어요.”

북미를 강타한 ‘킹 오브 킹스’가 오는 16일 전국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배우 이병헌, 이하늬, 양동근, 차인표, 권오중, 장광, 최하리 등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고향에서도 K-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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