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감독, 16일 개봉 앞두고 시사회
4월 북미 개봉, ‘기생충’ 넘어 최고 흥행
예수의 생애 충실하면서도 쉽게 풀어내
예수의 생애를 그려 미국 등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16일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장성호 감독은 2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종교적인 소재라 특정층만 반응할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한국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인 그는 3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현장을 누빈 베테랑으로, 이번 작품이 연출 데뷔작이다.
4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17일 만에 6000만 달러(약 816억 원)를 벌어들였다.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5384만 달러)을 넘어서며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 기록을 세웠다. 시네마스코어는 A+,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는 98%를 기록했다.
영화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아들 월터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20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예수의 삶을 따라가며 모험을 펼친다. 성경 속 이야기를 다뤘지만 무겁지 않고, 액자구조 형식과 어드벤처 요소를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디킨스가 집필한 단편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2015년 기획을 시작해 완성까지 10년이 걸렸다.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건 철저히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장 감독은 “비신앙인도 예수가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동안 예수를 다룬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는 점도 놀라웠다”고 했다.
화려한 성우진도 매력적이다. 북미판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의 케네스 브래나와 ‘킬 빌’의 우마 서먼이 각각 찰스와 캐서린 디킨스를, ‘듄’의 오스카 아이작이 예수를 연기했다. 한국판은 이병헌(찰스), 이하늬(캐서린), 진선규(예수) 등이 참여했다. 장 감독은 “제가 이상할 정도로 캐스팅 운이 좋았다”며 “좋은 소재와 작품이라 (배우들이) 반응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예수의 생애를 충실하면서도 쉽게 풀어낸다. 예수의 탄생부터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나사로의 부활’ 등 성경 속 다양한 예수의 기적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당연히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일반 관객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이야기 구조가 명료하다. 장 감독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유와 은유를 빼고 ‘사랑’이란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실사 영화에 버금가는 시네마틱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과 카메라를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배우의 실사 연기를 가상 공간에 적용시켰다. 영화 ‘암살’ ‘1987’ ‘더 킹’의 김우형 감독이 공동 연출 겸 촬영감독을 맡았다. 장 감독은 “실제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촬영한다는 원칙을 세워 보다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4, 5번의 재촬영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킹 오브 킹스’는 현재 논의 중인 나라를 포함해 연말까지 세계 120개국에서 개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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