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17일(현지 시간) ‘유길준 한국실(Yu Kil-chun Gallery of Korean Art and Culture)’이 재개관 공사를 마치고 관람객을 맞았다”고 19일 밝혔다. 1799년 개관한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현존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자 한국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미국 최초의 박물관이다. 한국 관련 소장품은 1800여 점에 달한다. 한국실은 2003년 처음 마련됐다.
재단장한 전시실은 232㎡ 규모다. 원래 일본의 해외 교역 관련 유물이 전시돼있던 아시아관 일부 공간을 탈바꿈했다. 19세기 조선이 개화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장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주축을 이루는 건 미국 사절단 ‘보빙사’의 일원이자 ‘한국 최초의 유학생’으로 잘 알려진 유길준(1856~1914)과 피바디에섹스박물관 간 인연이 담긴 유물들이다. 한국실을 전담하는 김지연 큐레이터는 “1883년 미국에 간 유길준은 당시 박물관장이 수집한 한국 유물에 대해 자문 역할을 맡았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박물관에 기증한 옷과 소장품, 관장에게 쓴 편지 등이 이번 전시품으로 소개된다”고 말했다.
1896년부터 약 4년간 주미 공사를 지낸 이범진(1852~1911)의 가족사진도 최초로 공개된다. 사진 속에는 이범진의 아내와 장남 이기종, 훗날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차남 이위종의 모습이 담겼다. 대한제국 마지막 미국 공사로서 이범진과 교류했던 에드윈 모건(1865~1934)이 갖고 있던 유물을 그의 유족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19세기 말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우리나라 근대 공예품도 관람객을 만난다.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쓴 퍼시벌 로웰이 선물 받은 모자가 대표적이다. 전통 재료인 말총으로 만든 서양식 신사 모자다. 그밖에 한글로 ‘폴링 부인’이라고 쓰인 육각 은제함,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출품된 퓨전 양식의 의자 등이 전시품에 포함됐다. 전시는 우리나라 현대 작가와 재미 한국인 작가의 작품까지 아우른다. 백남준, 정연두, 양숙현 등 박물관 측이 구입한 작품 15점 중 10점을 이번에 공개한다.
한편 이번 개편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예산 등 지원으로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를 채용한 것. 외국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에 기반한다. 린다 로스코 하티건 피보디에섹스박물관장은 “김지연 박사 덕에 한국 관련 소장품의 연구 및 확충이 원활히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